2015년 6월 19일 금요일

실화 경아 이야기

경아 이야기

제1화: 빨리 빨리 나 급해

* 작품 줄거리* 주인공 나(경아)는 현재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있는 인텔리. 경아는
매우 지적이며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스물 일곱 살의 여자이다. 남자들은 경아를
보면 첫눈에 반하고야 만다. 경아는 그만큼 우아한 매너와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여자이다. 경아는 매우 예의바르고 표정도 밝다. 그것이 경아를 처음 보는 사람들의
느낌이다. 그러나 경아를 깊이 알고 보면 그녀는 프리섹스주의자이고 고독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프리섹스주의자인 경아는 섹스를 즐기지만 그렇다고 어떤 남자하고나
쉽게 잠자리를 같이 하지는 않는다. 남자가 아무리 돈이 많고 잘 생긴 외모라도, 그
남자가 아무리 우아한 사랑을 원한다 해도, 남자가 아무리 자신을 쫓아다닌다 해도
경아는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그 남자에게 자신을 허락하지 않는 똑똑한 여자이다.
그러면서도 경아는 자신이 원하는 남자는 서슴지 않고 유혹하며 그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 하는 것은 경아에게는 시간문제일 따름이다. 지금까지 경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남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경아가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는 셋. 그 남자들은
각각 환경과 인생관이 다른 남자들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경아가 원하면 언제든
달려온다는 점이다. 경아는 현재 엄마와 배다른 여동생 경희와 함께 살고 있다.
경아의 아버지는 부산에 살고 있으며, 경아의 엄마는 말하자면 경아 아버지의
세컨드였으나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만큼 적당한 위자료를 받고 헤어져 현재 서울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것은 아니다. 경아는 가끔
아버지를 만나러 부산에 내려가 용돈도 받곤 한다. 그러나 한 번도 아버지의 집으로
찾아간 적은 없다. 항상 아버지의 사무실이나 식당 등 밖에서만 만난다. 경아의
아버지에게는, 경아의 큰어머니인 본처가 있기 때문이다. 경아는 어릴 때부터
바람둥이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보고 배운 환경은 그렇게 좋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경아가 섹스에 관한한 매우 개방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 것은
아무래도 부모의 공이 크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했던가. 경아는 자신의 부모처럼
섹스에 관한한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경아는 처음부터 무조건
프리섹스를 즐기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부모들에 반발해 처음에는 섹스에 대한
지극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세상은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 법.
경아는 남자에 의해 섹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서서히 눈을 떠가게 되며,
그후 많은 남자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 많은 남자들로부터 쾌감을 얻고 물질적인
댓가도 받으며 성장한다. 그러다가 남자들에 지쳐가던 즈음 경아는 어느 날 순수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잠자리 한 번 같이해 보지 않은 남자였지만 그에게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배우게 된다. 경아는 결국 그와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진실한 사랑을 나눌 시간이 많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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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 빨리 빨리 나 급해

경아는 밤새 잠을 뒤척이다가 눈을 떴다. 침대 위의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20분이다.
잠이 오지 않은 밤이었다. 여느 때 같으면 경아에겐 아직 한참 잠자리에 있을
시간이다. 경아는 어제따라 남자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경아에겐 어젯밤을 함께 할
남자가 없었다. 경아가 만나고 있는 경아의 가장 오래된 섹스 파트너인 박일은 일본
출장중이고, 혼자 사는 사진작가인 강철규는 제주도에서 작업중이며, 샐러리맨인
유민우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경아는 어젯밤처럼 남자가 생각난 적은 많지 않다.
경아는 언제나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남자를 침대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경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얼른 화장실로 쪼르르
달려간다. 변기 뚜껑을 소리가 나게 열어제치고는 팬티도 입지 않은 엉덩이를 변기
위에 얹는다. 어젯밤 경아는 옷을 입지 않고 알몸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경아는
남자가 생각나면 옷을 모두 벗은 나체로 손을 사타구니에 끼운채 다리를 오므리고
자는 버릇이 있다. 경아는 어젯밤에도 알몸으로 잠자리를 설쳤다. 시원하게 배설을 한
경아는 세수를 한다. 경아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거울 속의 아직 싱싱하기만 한
스물 일곱 살의 자신을 바라본다. 역시 깜찍하게 이쁜게 어디를 보아도 손색이 없다.
거울 속의 경아는 미소를 지으며 만족해한다. 경아는 화장대에 앉아 빠르게 화장을
한다. 경아는 화장을 요란하게 하지 않는다. 경아는 보통 여자들처럼 똑같이 눈썹을
진하게 칠하고 입술을 빨갛게 칠하는 식의 화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런
여자들을 경멸한다. 그렇게 모두들 똑같이 화장을 하면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경아의 생각이다. 경아의 화장법은 간단하다. 우선 경아는 눈썹을
손질하지 않는다. 경아는 눈썹을 그리지 않아도 될 만큼 자신의 짙고 긴 눈썹에
자신이 있다. 화장을 하긴 하지만 화장을 한 것인지 안한 것인지 전혀 표시가 나지
않게 깜쪽같이 화장을 한다. 또한 경아는 메니큐어도 바르지 않는다. 다만 깨끗하게
손톱손질만 할 따름이다. 그만큼 경아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있다. 경아는 초미니
청스커트와 오렌지색 블라우스를 입고 자신의 사당동 오피스텔을 나온다. 경아의
오피스텔은 박일이 얻어준 것이다. 경아는 주차장으로 가서 자신의 오렌지색 티뷰론에
오른다. 경아는 시동을 걸며 시계를 들여다본다. 6시. 이 시간이면 차가 막히지 않아
홍은동 민우의 자취방까지 가는데 20분이면 충분하다. 경아는 차를 서서히 몰아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도로에 나서자 경아는 속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70, 80. 90까지
밟는다. 경아는 민우가 살고 있는 주택가에 도착한다. 주택가 골목의 적당한 자리에
차를 세운 경아는 핸드백에서 열쇠를 꺼내 민우의 집을 향한다. 민우의 집이라고는
하지만 자취를 하고 있는 민우의 방은 현관문이 도로쪽으로 나 있는 다세대
주택이라서 프라이버시가 유지되는 점이 경아는 마음에 든다. 그렇지 않으면 이
시간에 남자의 방에 드나든다고 옆집의 여자들이 흉을 볼 것이 뻔하지만 그런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좋다. 경아는 열쇠로 현관문을 따고 살며시 집안으로
들어간다. 부엌 싱크대에는 어제 민우가 먹다만 라면 봉지와 설거지를 하지 않은
그릇들이 쌓여 있다. 경아는 살그머니 방문을 연다. 세상 모르게 코를 골며 잠자고
있는 민우의 모습이 드러난다. 민우는 다리 하나는 이불 속에 나머지 다리 하나는
이불 밖으로 드러내채 자고 있다. 민우의 붉은 색 팬티가 앙증맞다. 경아는 방으로
들어가 얼른 옷을 벗고 민우의 옆으로 가 눕는다. 민우는 여전히 꿈속을 헤매고 있다.
경아는 우습다. 자신이 온 것도 모르고 잠만 자고 있는 민우가. 경아는 민우의 코나
발바닥을 간지럽힐까 생각하다 마음을 고쳐먹고 슬쩍 이불을 걷어낸다. 그러자 텐트를
치고 있는 민우의 심볼이 드러난다. 경아는 문득, 남자들은 새벽에 가장 정력이
좋다는 말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경아는 남산처럼 솟아올라 있는 민우의 펜티가
너무 귀엽게 느껴진다. 경아는 방바닥에 앉으며 손가락으로 발기해 있는 민우의
남근을 살짝 건드린다. 경아가 건드린 것은 팬티 위에서이다. 그러자 민우는 몸을
틀어 돌려눕는다. 민우가 자세를 바꾸자 경아는 민우의 팬티 속에 솟아오른 심볼을 잘
볼 수가 없다. 경아는 히프를 조금 일으켜 세우며 민우의 팬티를 손가락으로 아프지
않을 만큼 툭 튀긴다. 그러자 이번에는 민우가 다시 경아쪽으로 돌려눕는다. 경아는
다시 방바닥에 히프를 깔고 앉으며 민우의 얼굴과 팬티를 바라본다. 그때였다. 민우가
갑자기 경아의 목을 껴안은 것은. "어마, 안 자고 있었어?" "흐흐흐, 그럼 내가
이렇게 이쁜 마나님이 새벽부터 찾아오셨는데 잠이 오겠니?" 하며 민우가 눈을 뜨고
혀를 날름 내민다. "아휴우 정말" 하며 경아는 눈을 흘기면서 두 주먹으로 가볍게
민우의 가슴을 때린다. 민우는 다시 힘을 다해 경아를 와락 껴안는다. "으음, 아퍼"
하며 경아는 좋으면서 은근히 앙탈을 부린다. "잘 있었니?" 민우에게 안긴 경아는
한손으로 민우의 팬티 위를 주무르며 민우의 심볼에게 인사를 한다. "네, 마나님"
민우는 자신의 심볼을 대신해 경아에게 화답한다. 경아의 손에 가득히 잡혀지는
민우의 심볼이 강하게 느껴진다. 경아는 자신의 손에 힘을 준다. '아악! 아파!"
민우의 짧은 비명에 경아는 웃는다. 아픈 것은 당연하다. 그러라고 경아가 세게
쥐어보았으니까. "아, 미안 미안. 뭘해 얼른 벗어" 하고 경아는 재촉한다. 민우는
누운채로 런닝과 팬티를 벗고 경아를 자신의 배 위에 끌어당긴다. 경아는 민우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민우의 배 위에 엎드린 자세가 된 경아는 얼른 민우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댄다. 민우가 입을 열어준다. 그러자 경아는 혀를 내밀어 민우의
입속으로 집어넣어 굴린다. 민우의 입에서 담배 냄새와 함께 남자의 냄새가 난다.
경아는 두손으로 민우의 얼굴을 감싸쥐고 자신의 얼굴을 조금씩 돌리며 부지런히
키스에 열중한다. "으 으음, 으음 쩝쩝" 소리가 나도록 입을 핥은 후에 경아는 고개를
든다. "왠일이야. 이렇게 새벽에?" 다 알면서 민우가 모르는 척 묻는다. "새벽? 벌써
7시가 다 되어 가는데?" "뭐?" 경아의 말에 민우는 몸을 일으키려 한다. 출근준비를
위해서이다. 그러나 경아는 그런 민우를 가만두지 않는다. 경아는 두손으로 민우를
넘어뜨린다. "아이 참, 왜 이래. 나 급하단 말이야. 끝내고 준비해도 늦지 않아."
하는 경아의 재촉에 민우는 '오우, 마나님' 하며 다시 경아를 끌어당긴다. "갑자기
자기와 너무 하고 싶었어. 못참겠어. 그래서 이렇게 새벽에 달려왔어. 이제 됐어?"
"그래, 그래 잘왔어. 나도 경아와 한지가 오래되어서 몹시 시장하던 차였거든" 경아는
몹시 조급했던지 재빠르게 옷을 벗는다. 경아는 한손으로 민우의 심볼을 잡고 자신의
동굴 속으로 집어넣는다. 벌써 경아의 동굴은 축축히 젖어있다. 삽입이 완료되자
경아는 민우의 배 위에서 엉덩이를 움직인다. 민우는 경아의 성급한 행동에 다소
당황한 듯 잠시 멈칫하였으나 이내 경아의 엉덩이의 움직임에 따라 자신의 하체롤 앞
뒤 좌우로 돌리기 시작한다. "허억! 헉!" 경아가 입을 벌리고 비음을 지르기
시작한다.

제2화: 참을 수 없는 욕망

"십, 십분만에 끝내야 돼, 알았지?" "아 알았어. 으 음음" 민우의 요구에 경아는 얼른
응한다. 경아는 연신 엉덩이를 흔든다. 경아와 민우의 동작이 빨라진다.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아아, 좋아 좋아. 아악 악!" 경아가 점점 신음 소리를 높이기
시작한다. 민우의 숨소리도 거칠어진다. 경아의 몸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경아의
가슴이 출렁인다. 경아는 허리를 일으켜 세웠다가 다시 숙이면서 열심히 자신의
동작을 지속한다. 경아의 몸이 달아오른다. 민우의 몸도 뜨거워지고 있다. "아학! 학!
아악!" 경아는 머리를 민우의 얼굴 위로 내린다. 호흡이 더욱 빨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경아의 가파르고 깊은, 그리고 뜨거운 숨소리가 민우의 귓전을 울려온다.
민우는 그런 경아의 가쁜 숨소리가 너무 좋다. "흠흠. 아흠흠. 좋아 아이 좋아아!"
경아는 엉덩이를 더욱 세게 흔들기 시작한다. 자신의 클리토리스에 페니스가 자극을
가하기 시작했다. 경아는 쾌감에 몸을 흔든다. 민우도 서서히 절정에 다다르기
시작한다. 민우는 경아를 세게 껴안는다. 민우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경아도 힘을
다해 민우를 강하게 껴안는다. "아아욱 욱 아으 아아으!" 다시 경아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나 나올 것 같애! 나아 나올 것 같애!" 하는 민우의 말에 경아는 얼른
자신의 엉덩이를 떼어내고 손으로 페니스를 움켜잡는다. 순간 경아의 손에 민우의
정액이 분출한다. 경아는 흘러내리는 그것을 바라본다. 민우는 눈을 감는다. 배설이
끝나면서 민우의 쾌감이 짜릿해온다. 페니스를 바라보던 경아가 고개를 든다. 그러자
경아의 머리카락이 뒤로 출렁인다. 경아는 티슈를 찾아 페니스를 닦아준다. 그리고
경아는 다시 민우의 가슴 위로 엎어진다. 경아의 풀어헤쳐진 긴 머리가 민우의 얼굴을
가린다. 민우는 경아를 안아준다. 민우의 손길이 경아의 등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경아의 가슴이 아직도 크게 솟아올랐다가 내려앉곤 한다. 숨결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려나 보다. "그렇게 급했어?" 민우가 웃으며 손가락으로 집게를 만들어 경아의
코를 꼬집어본다. 경아가 귀엽게 눈을 흘기며 민우를 바라본다. "자기 좋았어? 나
너무 서둘렀지? 그지?" "응 좋았어. 괜찮았어!" 하는 민우의 말에 경아는 만족한다.
잠시후 민우의 그것은 수축하고 경아는 민우의 옆에 쓰러져 누운채 숨을 가눈다.
"아이 숨차. 하아 하아" 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한
다음 출근준비를 서두른다. "밥은 없고 라면은 싱크대 안에 있어" 민우는 가방을
챙겨든채 경아를 바라본다. 경아가 알몸으로 일어나 민우를 껴안아준다. '알았어. 잘
다녀와" "계속 있을거야? 내가 올 때까지?" "아니, 오늘 학교에 가야 돼. 세미나가
있어." "알았어. 그럼 나 간다. 갈 때 문 잘 잠궈" 하며 민우는 경아에게 키스를
한다음 현관문을 밀고 나간다. 민우가 출근하고 나자 경아는 민우가 누웠던 자리에
다시 눕는다. 잠시후 경아는 깊은 잠에 빠져든다.

제3화: 경아 이야기

나는 섹스를 좋아하는 여자이다. 그래서 색녀라고 할 수 있다. 아니, 나는 색녀이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예쁘게 생긴 똑똑하고 참한 여자라는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표현할 때마다 나는 겉으로는 감사하다고
인사하지만 속으로는 웃는다. 나는 예쁘고 똑똑하기는 하지만 참한 여자는 아니다.
사람들이 나에게 참한 여자라고 하는 것은 아마도 내가 요조숙녀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결코 요조숙녀는 아니다. 다만 사람들에게 내가 그렇게 보일
뿐이다. 아니 내가 그렇게 행동하므로 사람들은 나의 겉모습만 보고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아니 나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나와 깊은 관계를 가져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흥, 순 바람둥이 같은 년, 남자 잡아먹을 년. 남자 등 쳐먹는 년.
그러나 그들은 나의 앞에서 드러내놓고 이렇게 말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나와 한 번 더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어 안달이기 때문이다. 나와 함께
하는 잠자리가 불가능하다면, 나와 식사라도, 아니면 차라도 함께 마시고 싶어 한다.
그렇다. 그만큼 나는 그들에게 선망의 존재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간단하다.
남자들이란 동물은 미모가 아주 빼어난 여자 앞에서는 겉으로는 아무리 안 그런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침을 흘리는 동물들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속물이고 늑대라고도
한다. 나는 이쁘다. 내가 얼마나 이쁜가 하면 남자들이 나와 함께 거리를 거닐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여길 만큼 나는 무지무지 이쁘다. 내가 스스로를 이쁘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이쁜지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미모를 구체적으로 말하겠다. 나의 미모는 요즘 최고의 스타로서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섹시한 텔렌트 박진희 보다 더 아름다운 육체를 가지고 있다면 대충 상상이 갈
것이다. 그러니 남자들이 내게 군침을 흘릴 수 밖에. 나는 단순히 외모가
빼어나다거나 섹시하게 보인다는 것만으로 스스로를 만족해하는 여성들을 보면
경멸한다. 모름지기 여성은 외모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명한 교양과
적당한 지식이 동반해야 그 아름다움이 더욱 빛나는 법이다. 나는 이러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나는 이 나라 최고의 명문 사학에서 현재 국문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인텔리이다.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를 받추어 주는 교양과 지식, 우아한 매너가
돋보이지 않는 여자는 아름다운 여자라고 할 수가 없다. 나는 바로 이러한 점들을
모두 갖춘 여성이다. 그러므로 남성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나의 이러한 가치관을 보고 오만한 여자이라고 손가락질할지 모른다. 각오하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욕을 하든 상관없다.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세상사람들,
바로 당신들이다. 웃기지 말라고? 흥. 그렇게 비웃지 말라. 당신들은 얼마나 깨끗하단
말인가. 당신들이 계속 나에게 손가락질은 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보여줄 수 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현재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그리고 내가 앞으로
살아갈 미지의 세계에 대해서도 당신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다. 나는 지금
당장 죽는다 해도 내 삶에 후회는 없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매일 매일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왔기에 나는 나의 인생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살아온 나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 털어놓을 수도 있다. 무엇이
부끄럽단 말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 그럼 말이 나온 김에 아예 지금부터 나의 과거를
보여주겠다. 아. 그리고 한가지 더! 나의 이름은 이경아이다. 기억해주시라, 이경아의
삶을!

제4화: 최초의 경험

경아네 가족들은 그때 부산에서 살고 있었다. 경아네 가족이라고 하지만 가족이라야
경아의 엄마와 배다른 여동생인 네 살 아래의 경희가 전부였다. 아버지가 있지만
아버지는 본처인 경아의 큰어머니와 살고 있고, 내연의 여자였던 경아의 엄마는
아버지가 얻어준 집에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따금 한 번씩 경아 엄마를 찾아오곤
하였다. 부산에서 큰 상가 건물과 오층, 칠층, 십이층짜리 빌딩을 가지고 있었던
경아의 아버지는 부동산 재벌이었다. 어릴 때부터 장사로 시작하여 적지않은 돈을 번
아버지는 바람이 나서 당시 다방마담이었던 미모의 경아 엄마를 유혹하여 살림을 차린
것이었다. 그 사이에 경아가 태어났고, 경희는 경아의 아버지와 또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스물 세 살의 경희는 경아와는 사고방식이 전혀 다르다. 경희는
경아만큼의 빼어난 미모를 갖고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예쁜 얼굴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경아에 비하면 훨씬 못미친다. 그런 경희는 경아와는 달리 자신들의 부모에
대한 강한 거부감으로 남자들과의 관계를 갖지 않고 지금껏 자신을 지켜왔다. 경아의
아버지는 경희의 친어머니가 병으로 죽자 경희를 데리고 와서 경아의 엄마에게
양육비를 주며 키우라고 맡긴 것이었다. 물론 경아네의 생활비는 아버지가 부족하지
않을 만큼 주었다. 경아와 경희는 어머니가 서로 다른 자매였지만 친자매 이상으로
허물없이 지냈다. 경아의 섹스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어느 날
경아는 학교에서 갑자기 몸에 심한 열이나고 몹시 어지러워서 양호실에 누워 있다가
오전 수업만 끝내고 조퇴를 하고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 같으면 오후 다섯시가
넘어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그날은 1시에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경아는
그날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였다. 집에 돌아오자 엄마 방에서 어떤 아저씨의 목소리가
났다. 신발을 보니 동네 복덕방 아저씨였다. 그 아저씨는 항상 흰구두만 싣고 다니는
멋쟁이 아저씨라서 경아는 신발만 보고도 그가 복덕방 아저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아는 엄마 방으로 다가서며 엄마, 하고 소리를 부르려다 입을 다물고 말았다. 엄마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아이 참, 왜 이렇게 서둘러요" 엄마의
목소리였다. "경아 엄마, 그러지 말고 빨리 이리 들어와 응?" 복덕방 집 아저씨
목소리가 분명했다. 아저씨가 엄마에게 말을 놓는 것을 보니 두 사람의 사이가 처음은
아닌 듯 했다. "알았어요. 옷 벗구요. 소리내면 안돼요" "알았어, 알았다구" 경아는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잠시후 으음, 음 하는 엄마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경아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아, 아파요 그만 만져요" "허허, 이런
너무 탐스럽게 생겼는걸. 한입 베어물고 싶을 정도로" "아이 참, 애들처럼" "음,
쩝쩝" 아저씨가 무엇인가를 빨고 있는 소리와 함께 엄마의 낮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 하아" 그리고 잠시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다시 엄마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엄마의 말소리가 아니라 한층 더 거세어진 신음소리였다. "아, 아,
하하 하악! 학!" "조 조금만 차 참아, 조 조금만" 아저씨의 고르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 나아 힘들어요, ......아이 아이 허억! 아우 나...... 나아
어떻하면 좋아...." 경아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귀를 의심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엄마의 소리임에 틀림없었다. 경아는 두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아..... 아...... 아파 아아, 헉! 그만 그만해요....... 아 제발!
아악!" 경아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소리인가를 알았다. 간혹 아버지가 오시는
날이면 엄마의 방에서 간헐적으로 들려오던 그 소리였다. 경아는 자신의 귀를 막은 채
집을 뛰쳐나왔다. 경아는 믿을 수 없었다. 엄마가 대낮에 복덕방 아저씨와 그런 짓을
하다니. 그날 경아는 밤이 늦도록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경아는 밤비를 맞으며 혼자
하염없이 거리를 돌아다녔다. 밤 11시가 되어서야 경아는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 것도 먹지도 않은데다 비를 맞아서 몸살 감기는 더욱 심해졌다.
경아는 밤새도록 헛소리를 내며 식은 땀을 흘렸다. 그 다음부터 경아는 엄마와 말을
잘 하지 않았다. 경아는 그전처럼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거나 애교를 피우지도
않았고,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경아 엄마는 갑자기 달라진 경아의
태도에 의아함을 느끼며 몇번이나 경아를 잡고 왜 그러느냐고,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경아는 고개를 돌리며 엄마를 외면했다. 경아는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유부남인 아버지를 만나 정식결혼도 못한채 숨어살며 자신을
낳아 기르는 엄마가 못마땅했는데 이젠 또다른 외간 남자까지 대낮에 집으로 불러들여
그짓을 하다니. 경아는 그런 엄마를 경멸하였다. 경아 엄마는 경아가 갑자기 태도가
달라지고 말을 잘 하지 않는 것은 사춘기이기 때문이려니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아의 그러한 태도는 그뒤에도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경아는 여전히 그날의 일에
대하여 엄마에게 한마디



제5화: 첫사랑

경아는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다른 아이들은 잘
알아맞추지 못하는 것도 경아는 머뭇거림이 없이 대답을 곧잘 하였다. 예쁘고 착하며
공부를 잘 하는 경아를 선생님들은 귀여워해주었다. 특히 경아의 담임선생님이자
국어선생님인 최창윤 선생님은 경아를 유달리 귀여워해주었다. 다른 아이들이 시기를
할 정도로. "경아야, 오늘 방과 후에 나좀 보자" 2교시인 국어 시간이 끝나자 최창윤
선생님은 경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 경아는 선생님이 왜 보자고 하시는지
궁금했다. 선생님이 교실을 나가자 옆자리의 희숙이가 물었다. "경아야, 선생님이 왜
그러시니?" "몰라! 나도" "공부 잘하는 경아에게 맛있는 거라도 사주시려나 보지 뭐"
뒷자리에 앉아있는 민혜가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반장인 민혜는 집안이
좋은데다 공부도 잘하는 아이였다. 그러나 공부는 항상 경아를 따라잡지는 못하였다.
민혜 엄마는 자식들의 교육에 매우 열성을 들이는 편이었다. 지난번 스승의 날에도
민혜를 통해 선생님께 구두 티켓을 전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경아 엄마는 한 번도
학교에 나오거나 선생님께 전화를 하지 않았다. 언젠가 한 번 엄마가 경아에게,
경아야 엄마가 학교에 가서 선생님 한 번 만나뵐까, 고등학교 진학문제도 있고,
지금까지 한 번도 인사를 못드렸는데.... 하자 경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단번에, 싫어!
하고 소리를 지르며 거절하였다. 그전에는 한 번도 엄마를 거부하지 않던 경아였다.
엄마는 그런 경아가 이상하였다. "아니, 얘가. 너 도대체 왜 그러니?" "싫어. 난
엄마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게 싫어. 싫단 말이야." 하고 말했다. 경아가 이렇게
변한 것은 지난번 그 일이 있고서부터이다. 그뒤로 경아는 엄마가 혐오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교무실로 들어가자 선생님은 자리에 앉아서 무엇인가 필기를 하고 계셨다.
경아는 꾸벅 인사를 하며 선생님, 하고 불렀다. 최창윤 선생님은 어, 경아 왔니? 하며
반겼다. "경아야, 너를 부른 건 다름 아니라 고등학교 진학문제 때문이다. 경아는
공부도 잘하고 하니 특수학교에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인데 네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구나" 특수학교라면 외국어 고등학교나 과학고등학교를 말하는 것이었다. 경아
정도의 성적이면 장학금도 받으면서 다닐 수 있고, 기숙사 시설도 잘 되어있다며
선생님은 말했다. 그러나 경아는 싫다고 말했다. 그냥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일반고등학교에 들어가겠다고 하였다. "그러니? 그렇다면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되니 엄마와 상의드려 보렴" "네" "참 그리고 오늘 시간 있으면 나 좀 도와줄래.
다음주에 교육위원회에서 시찰이 있어서 교실 환경 정리 좀 해야되거든." "네" "그럼
교실에 가 있어. 내가 조금 있다가 갈게" 네, 하고 경아는 꾸벅 인사를 한뒤 교무실을
나왔다. 그날 오후 경아는 선생님을 도와 교실 뒤에 있는 학생작품 게시판의
환경정리를 도왔다. 그날 경아는 낯선 경험을 했다. 선생님과 게시판을 정리하면서
선생님의 팔이 경아의 가슴에 닿았다. 선생님은 일에 열중하느라 전혀 의식하지 못한
일로 무심코 선생님이 팔이 경아의 앞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에 불과하였지만
그것이 경아에게는 가슴에 소용돌이칠 만큼 큰 사건이었다. 그날 밤 경아는 쉽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경아는 선생님의 팔이 우연히 자신의 가슴을 스치고 간 것이 우연이
아니라 선생님이 자신이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상상을 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경아는 기쁨에 젖었다. 경아는 자신의 가슴을 가만히 끌어안았다. 이젠 솟아오를만큼
솟아오른 가슴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또 국어교사인 최창윤 선생님을 은근히 좋아하고
있었다. 그것은 사춘기 시절 누구나 한 번씩 겪게되는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그러나
경아는 그 당시 그것이 모두인 줄 알았다. 평범하지 않은 집안에서 자란 경아는
엄마와의 사이도 좋지 않고, 다른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었기에 선생님은 유일한
안식처와 같았다. 경아는 그 뒤 몇날을 고민하다가 선생님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항상 우아한 표정에다가 핸섬한 선생님 같은 남자를 사랑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날부터 경아의 선생님에 대한 짝사랑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하지만
경아의 철없는 생각은 곧 허물어지고 말았다. 경아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선생님은 여전히 공부 잘하고 착한 경아를 사랑해주셨다. 그것은 다만 스승으로서의
제자에 대한 사랑이었다. 선생님에 대한 짝사랑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경아는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밤늦게 선생님의 하숙집을 방문했다. 왠지 모르게 오래전부터 선생님의
방에 찾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날 선생님은 집에 없었다. 경아는 하숙집 주인
아줌마로부터 열쇠를 받아 선생님의 방에 들어갔다. 학교에서의 깔끔한 선생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벗어놓은 속옷들이 아무렇게나 방 한구석에
놓여있었으며, 방바닥에는 구겨진 종이며 담배재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서 매우
지저분했다. 경아는 잠시 놀랐으나 곧 마음을 먹고 선생님의 방을 청소하기
시작하였다. 방청소가 다 끝나자 경아는 선생님의 속옷을 빨기 시작했다. 그때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술을 마신 듯 얼굴이 발그레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경아
아니냐?" "안녕하세요? 선생님" 경아는 꾸벅 인사를 하였다. 선생님은 경아의 인사를
받은 뒤 방으로 들어오다가 걸음을 주춤거렸다. 방이 깨끗이 청소되어 있는데다가
경아가 자신의 속옷을 빨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경아는 웃으면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으로부터 고맙다, 는 인사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생님의
표정은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무서운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아니, 이
녀석. 너 지금 뭐하는 거냐 도대체. 당장 그만두지 못해!" 하고 선생님은 경아에게
호통을 쳤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어? 왜 왔어? 그리고 누가 너보고 이런 짓
하라고 그랬어. 엉? 이 못된 녀석!" 선생님은 몹시 화가 난 듯 했다. "서 선생니임"
경아는 화난 선생님이 무서웠다. "시끄러워 니 녀석아, 내가 너한테 이렇게 가르치던?
어? 말해봐. 왜 이런짓을 하는거야?" 선생님은 화를 풀지 않고 경아를 몹시 다그쳤다.
경아는 선생님께 크게 혼이 나고 울면서 죄송하다는 사과를 한뒤에야 선생님의 집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날 경아는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계속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말은
한마디도 들어주지 않은채 야단만 치는 선생님이 야속했다.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의 방을 청소하고 옷을 빨아드린 것일 뿐인데 이렇게 야단을
맞아야 하는 건가. 왜 선생님은 나에게는 한마디 변병할 기회도 주지 않는
건가........ 그 다음날 부터 학교에서 선생님은 경아에게 눈길 한번 보내주지
않았다. 수업시간에도다 른 학생들과 다름없이 평범하게 대했으며, 복도에서 마주칠
때 인사를 하여도 선생님은 받아주지 않았다. 경아는 선생님을 미워했으며, 무섭기도
하였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경아는 하교길에 학교 앞에서 우연히 선생님과
마주쳤다. 경아는 그러나 인사를 하지 않은채 고개를 돌렸다. "이경아!" 선생님이
걸음을 멈추고 경아를 불렀다. 경아는 선생님을 바라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따라오너라" 경아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으나 슬금슬금 선생님 뒤를 따라갔다.
선생님은 제과점으로 들어갔다. 빵과 우유를 시켜놓고 자리에 앉자 선생님은 입을
열었다. "경아야, 이 녀석...... 너 그동안 선생님 많이 미워했지?" 네, 하고 경아는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경아가 조금 미웠었다. 네가 우리집에
찾아왔을 때 말이다" 선생님은 우유를 마시며 말했다. "이제 경아는 곧 졸업을 한다.
나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갈 예정이고. 앞으로 고등학교에 가서도 그런 행동을 하면
절대 안된다. 알았니?" 하면서 선생님은 그날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선생님은 여전히
경아가 공부잘하고 착한 학생이기를 빌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찾아와서 상의를 해도
좋다고, 그리고 두달 후에 결혼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날 경아는 선생님께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경아는 헤어질 때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선생님이 결혼을
한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선생님은 영문도 모른채눈물을 닦으라며 경아에게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경아는 그날 밤 장문의 편지를 써서 선생님께 부쳤다. 경아는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면서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집안 이야기도
낱낱이 실토하였다. 경아는 그때 받았던 선생님의 손수건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다.
경아는 그 뒤 10여년의 세월동안 어려운 일이 있을때면 선생님의 손수건을 꺼내보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곤 하였다. 그래도 기분이 울적하면 경아는 선생님께 전화를 드리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경아의 카운슬러가
되어주었다. 경아에게 있어서 최창윤 선생님의 존재는 때로는 오빠 같기도 하고,
때로는 아버지 같기도 한, 마음 든든한 존재였다.

제6화: 재회

경아는 민우의 방에서 나와 자신의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오늘은 학교에 수업이 없는
날이다. 수업이 없을 때면 경아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책을 읽거나 울적하면
자동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한다. 그러나 경아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얼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경아는 모짜르트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때였다. 전화벨이 울린
것은. 경아는 누굴까, 하며 송수화기를 들었다. "네" "경아!" 송수화기 저쪽에서 밝고
씩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사진작가인 강철규다. "오빠?"
경아는 무척 반가워 들뜬 목소리로 묻는다. "그래. 잘있었니?" "응, 나 안보고 싶어?"
"보고싶어서 왔지" "으응? 서울이야 그럼?" "그래 임마, 지금 창밖을 내다봐!" 경아는
얼른 창문을 열었다. 철규가 휴대폰을 든채 경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아유!
오빠는. 기다려 내가 지금 나갈게" 경아는 송수화기를 내려놓고 얼른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간다. 철규는 얼굴이 시커멓게 타고 수염은 많이 자라 있었다. 경아는
손으로 철규의 수염을 만져본다. "많이 자랐네에" "그렇지? 보름 동안 한 번도
안깎았거든" "촬영은 다 끝났어?" "응" 하며 철규는 경아를 안으려고 두팔을 벌린다.
경아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한다. "오빠, 미쳤어? 여기는 우리 동네야. 누가 보면
어쩔려구 그래." 경아의 말에 철규는 슬그머니 들어올렸던 두 팔을 내린다. "보고
싶었어. 2주동안이나 안봤더니 미치겠더군" 경아는 손가락으로 철규의 입을 가리는
시늉을 하며 말한다. "어휴우 이 순 거짓말장이. 그러면서 왜 전화는 매일 안하냐?
우리 어디로 갈까?" "응, 우선 뭐 좀 먹자. 배고파 죽겠다." 철규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엄살을 부리자 경아는 앞장서서 걸음을 옮긴다. 두 사람은 철규의 차에
오른다. 철규는 경아가 옆자리에 오르자 차를 출발시킨다. 레스토랑 '알테레베'에
가기 위해서이다. 알테레베는 두사람이 가끔 이용하는 곳이었다. 분위기가 우아하며
밀폐된 룸이 있기 때문이다. 철규와 경아는 식사가 끝나자 맥주를 시킨다. "이번엔
무슨 촬영이었어?" 맥주를 마시며 경아가 묻는다. "제주도의 민속에 관한 촬영이었어.
해녀라든가 제주도의 옛집이라든가 조랑말이라든가 하는거 말이야. 그리고 제주도의
자연환경도 카메라에 담았지" "어디에 쓸건데?" "외국의 관광잡지에서 제주도를
특집으로 꾸민다기에....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나야 뭐, 잘 먹고 잘 살았지"
"내 생각도 안하고?" "보고 싶었어" 철규는 경아가 들고 있는 잔을 받아 탁자위에
내려놓고 경아의 옆으로 다가와 경아를 가만히 안는다. 경아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철규가 경아의 입에 자신의 입을 갖다대고, 경아는 철규의 키스를 받아주며 혀를
내민다. 경아의 혀가 철규의 입안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철규의 키스가 강력해진다.
보름 동안 경아의 몸을 만져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철규는 오늘따라 서두른다. 경아와
키스를 하면서 손으로는 경아의 가슴을 만진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경아의 풍만한
젖가슴이 철규의 손에 느껴진다. "으음음... 아파! 살살해" 철규의 너무 세게 입술을
눌러대자 경아는 입을 때면서 눈을 흘긴다. '미안, 미안해. 그동안 너무
굶주렸나보다" 철규는 웃으며 한손을 경아의 블라우스 안쪽으로 집어넣는다. 경아는
철규의 행위를 가만히 받아준다. 철규의 손에 경아의 부드럽고 아늑한 가슴이
만져진다. 철규의 심볼에 힘이 서기 시작한다. 철규는 한손으로 경아의 손을 잡아
자신의 아랫도리 위에 올려놓는다. "설마 제주도에서 이 녀석이 딴짓하지는
않았겠지?" 경아는 철규의 바지 위로 심볼을 만지면서 예쁘게 눈을 흘긴다. 철규는
경아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다시 가볍게 키스를 한다. 경아는 철규의 입술을
받아들인다. 철규가 경아의 입술을 쭈욱 소리가 나도록 빨자, 경아는 철규의 입술을
핥아준다. 잠시후 경아는 철규의 바지 지퍼를 내리고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철규의 팬티가 축축히 젖어있다. "어머, 이 녀석이 벌써 시작했네" 경아는 철규의
팬티를 헤집고 철규의 심볼을 만진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심볼은 상당히 성이 나
있었다. 경아가 손에 힘을 주자 철규가 다리를 오므린다. 철규는 경아의 얼굴에서
입술을 떼고 손으로 경아의 스커트 안을 헤집는다. 그러자 경아가 가만히 철규의 손을
잡는다. "오빠! 오늘은 안돼. 만지지마" 그러나 철규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경아의
앙징맞게 작은 팬티를 만지려고 한다. 경아는 철규의 가슴을 떠민다. "아이, 그러지
말라니까." "왜 그래?" 철규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묻자 경아는, 모르겠어.
오늘은 싫어. 하고 말한다. 그러나 경아는 자신이 왜 그러는지 스스로를 알고 있다.
경아는 이제 그만 철규와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철규에게 싫증이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경아는 철규를 보지 않으면 궁금하고, 만나면 반갑지만 그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식상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제7화: 경아의 변화

철규는 경아가 왜 갑작스럽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철규는
경아에게 묻는다. "왜 그러니? 무슨 일 있었어?" "아니야, 그냥" 경아는 흐트러진
스커트를 바로잡는다. 아무래도 경아가 이상하다고 느낀 철규는 다시 한 번 확인하려
든다. 경아는 조금전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에게 적극적이지 않았던가.
"경아, 너 이상해졌다. 갑자기 왜 그래, 응?" 그러나 철규의 거듭되는 물음에도
경아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잠시 입을 열지 않고 가만히 있던 경아가 철규를
바라본다. "오빠, 이제 나 지겹지 않아?" 철규는 경아의 의외의 물음에 눈을 둥그렇게
뜨며 당황해한다. 경아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앞으로 경아에게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는 징조이다. 철규는 경아가 정말 이제 그만 만나자는 말을 하지 않을까
불안해진다. 그동안 자신이 경아에게 쏟은 정성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경아만큼 자신을 만족시켜 주는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경아야, 너 왜그러니? 무슨 일 있었구나. 그치?" "오빠, 나 오늘 학교에 가야되거든.
그러니까 저녁에 다시 만날래?" 경아는 철규의 물음을 회피하면서 슬그머니
빠져나간다. "그래. 그러자" 철규는 경아의 말에 얼른 동의한다. 더 이상
추궁해보았자 경아가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경아는 그날
학교에 갔다. 일주일에 두 번 있는 대학원 강의였다. 경아는 여자로서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스물네살에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늦게 입학한 대학인 만큼 경아는 거의 모든
과목에서 올 A를 받을 정도로 학업에 열중했다. 그렇다고 경아가 공부만 한 것은
아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자신의 젊음을 즐기는 데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학교 밖에서의 경아의 은밀한 사생활이긴 하였지만. 경아는 학업에도 요령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경아는 그 요령이라는 것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았다.
이를테면 레포트나 시험을 치를 때 담당교수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의
핵심을 잘 짚을 수 있는 능력이 경아에게는 있었다. 또한 경아는 담당 교수들에게
적당한 애교와 예의를 지킬 줄도 알았다. 학부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경아는 곧바로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경아는 이제 2학기 째이다. 경아는 대학교수가 되겠다거나,
학문을 하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한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기회가 자신에게
다가온다면 거절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지만 그럴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경아가 대학에 들어간 것은 여자로서 자신의 특출한 외모와 함께 자신의
주가를 좀더 높이기 위해서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려면 대학원 석사학위 정도는
지니고 있어야 어디 가서라도 주눅들지 않고, 상류사회로 올라는 첩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경아가 오늘 들어야 할 강의는 '문학의 이론'이다. 강의는
역시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고, 오늘 세미나의 발표자는 경아의 차례이다.
대부분의 수업이 세미나 식으로 진행되는 대학원 강의에 경아는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사전준비를 해두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의 발표일이 임박해서야 자료준비를
하지만 경아는 자신이 발표할 주제가 정해지면 그 다음날 바로 기초 자료조사를
끝내고 완벽하게 발표문을 작성해가는 치밀함을 갖추고 있다. 경아가 오늘 발표한
주제는 '러시아 형식주의'에 관해서이다. 경아는 자신이 준비한 발표문을 또박또박
낭독하고, 발표문에 대한 질의를 받으면서도 조금의 빈틈도 없이 완벽하게
답변하였다. "이경아씨 오늘 준비를 잘해왔어요. 수고했어!" 강의가 끝나자
담당교수인 K교수가 경아의 완벽한 사전준비를 평가한다. 이것이다, 하고 경아는
생각한다. 경아는 이 한마디의 칭찬을 듣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를 해왔던 것이다.
경아는 자신이 누구에게도 뒤지는 것을 참지 못한다. 스무살 때였다. 그때 경아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경아는 자신의 외모가 회사에서 가장 이쁘다고 생각하였는데
어느 날 대단한 적수를 만난 적이 있었다. 회사의 화장실에서였다. 생리중이었던
경아는 그날 화장실 안에서 차고있던 생리대를 바꾸기 위해 양변기에 걸터
앉아있었다. 그때 경아는 화장실의 거울 앞에서 손을 씻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미스 김과 미스한의 이야기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 "얘, 지난달에 입사한 기획실의
강은희씨 있잖아" "응, 왜에" "미인이지 그지? 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참 이쁘더라!"
"글쎄 뭐.... 내가 보기에는 이경아씨가 더 이쁠 것 같은데" "아니야아. 얼굴은
이경아씨가 더 받쳐주지만 전체적인 것을 봐야지, 강은희씨는 몸매가 있잖아"
"이경아씨의 몸매는 뭐가 어때서?" "어머, 너 모르고 있었구나. 글쎄 며칠전에 우리
회사 남자들이 여사원들 모르게 인기투표를 했다는 것 아니니. 그런데 가장 섹시한
여자로 강은희를 뽑았데" "그랬니? 별꼴이야 정말, 남자들은" "대체적인 평가가
이렇게 나왔대. 이경아는 얼굴이 이쁘지만 육감적인 몸매는 강은희가 더 낫다고"
"그래 하긴. 그건 내가 봐도 그렇드라. 이경아의 몸매도 끝내주지만 강은희가 워낙
강적이다보니.... 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참 부러운 몸매인 거있지? 남자들은
잠자리에서는 얼굴보다 몸매있는 여자를 더 좋아한다면서?" "호호호. 기집애
밝히기는. 그런데 남자들이 글쎄 한술 더 떠서 이경아의 얼굴에 강은희의 몸매를
합쳐놓으면 금상첨화겠더라는 거야" "어머 넌 그런 얘기 어디서 들었니?" "으응... 다
정보원이 있잖아" "기집애. 너 박 대리한테 들었구나.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거
모를까봐?" "쉿! 회사에서는 비밀이다." "알았어"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미스 김과
미스 한의 이야기를 들은 경아는 그날 밤에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남자들이
잠자리에서는 얼굴 보다는 몸매를 더 따진다며? 하는 미스 김과 미스 한의 대화를
잊을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 자신의 몸매보다 강은희의 몸매를 더 알아준다니.
지금까지 자신의 몸매에 대해 불만이 없었던 경아는 독기를 품었다. 그 다음날부터
경아는 다시 수영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아직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의 몸매가
빠진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경아는 더욱 선명하고 굴곡있는 몸매를 가꾸어가기
위해서였다. 경아는 헌신적인 노력을 하였다. 화장실에서 종아리에 샤워기를 틀고,
맥주병을 바닥에 눕혀 종아리를 문지르고, 줄넘기를 하고 등등 자신의 군살을 빼고
늘씬한 몸매를 가꾸기 위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기울였다. 워낙
탄력있는 몸매를 자랑하고 있던 경아는 6개월만에 더욱 아름다운 자신의 몸매에
만족할 수 있었다. 경아에게는 역시 오기가 있는 무서운 여자였다. 경아는 강의가
끝나자 도서관에 들러 대출한 책을 반납하고 혼자 캠퍼스를 걸어내려왔다. 4월의
화창한 오후였다. 교정에는 벌써 개나리가 지고 있었고, 뒤늦은 진달래와 벚꽃이
만발하여 사라지는 젊음을 재촉하는 듯했다. 경아가 캠퍼스를 빠져나와 교문에
이르렀을때 누군가가 경아를 부른다. "이경아씨!" 경아는 걸음을 멈추고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았다. 한정식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1년간 휴학했다가 이번에
복학한 선배이다. "지하철 타세요?" "네" 한정식이 경아의 옆으로 다가왔다. 경아는
걸음을 계속했다. "오늘 발표 참 잘하시던데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많이 준비하셨던가봐요." 경아는 한정식의 찬사에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러고보니 다음주에는 그가 발표할 차례이다. "저는 학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좀 힘들 것 같아요" "어머, 그러셨어요? 그럼 무슨 전공이셨어요?" 경아는
놀라는 시늉으로 그를 바라본다. "저는 신문방송학이거든요" "네에" "저는 부족한
점이 많으니 많이 좀 도와주세요" "아녜요. 저도 별로 아는게 없어요..." 경아는
겸손하게 말한다. 학교 앞의 지하철 역 입구에 이르자 한정식은 머뭇거리며 "오늘
약속이 있으세요?" 하며 물어온다. 경아는 "네, 언제 차 한잔 하세요" 하며 그에게
인사를 하고는 지하도 안으로 걸어내려간다. 한정식은 학교앞의 고시원에서 머물고
있다고 하였다. 경아는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한정식에 대한 생각을 하였다. 입학하여
신입생들 상견례를 할 때 경아는 그의 편안해보이는 선한 모습에 호감을 가졌다.
한정식의 첫인상이 참 좋았다. 경아는 학교에 다니면서 은근히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약삭빠르거나 계산적인 면이 그에게는 보이지 않았고, 항상 조용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던 그에게 탐색의 기간을 가지고 있는 중이었다. 경아는 언젠가는 한정식이
자신에게 먼저 접근을 할 것이고, 그와 몇번 만나보고 그가 그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인물이라면 그와 진정한 교제를 해볼 생각이다. 물론 그가 가진 조건들이 경아를
만족시켜 주어야 하겠지만....... 경아에게 자신이 원하는 남자를 사로잡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제8화: 카섹스..그리고 이별선언

경아는 저녁에 철규를 만난다. 경아의 오피스텔 주차장에 철규가 자동차를 대기시키고
있었고, 경아는 약속시간에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철규는 밝은 표정으로 경아를
맞이한다. "어디로 갈까? 오피스텔로 갈까?" "아니, 우리 드라이브나 해" "그럴까?"
철규는 자동차의 시동을 건다. 그러나 경아는 철규의 차에 오르지 않는다. 경아는
말한다. "오빠, 나는 내 차 가지고 갈게. 우리 고수부지에서 만나. 응?" "아니,
경.... 경아야!" 철규가 경아를 불렀지만 경아는 철규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차에
오른다. 경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차를 출발시킨다. 철규는 할 수 없이 자신의
차의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 철규의 차는 속력을 낸다. 철규는
운전을 하면서 생각한다. 경아와 자주 드라이브를 하였지만 오늘처럼 각자의 차를
운전한 적은 없었다. 철규는 그런 경아의 행동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경아는 분명 뭔가 화가 나 있거나, 나에게 불만이 있음이 틀림없다. 왜, 무슨 문제
때문일까, 알 수가 없다. 내가 경아에게 무슨 실수라도? 그렇지만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무엇 때문인지. 경아는 차의 속도를 높이면서 백미러를 통해 철규의 차가
따라오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거울 속에 철규의 차가 보인다. 경아는 생각한다. 철규
오빠를 그만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즉흥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젠가부터 경아가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어차피 우리들의 사이가
오래갈 수 없는 것이라면 이쯤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자신에게 온갖 정성을 쏟아온 오빠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오빠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오빠와 헤어져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경아는 생각한다. 이제는
오빠도 결혼을 하여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꾸려가야 한다고. 자동차가 한강 고수부지
주차장에 들어선다. 주차장에는 늦은 시간이라 차가 별로 없다. 경아는 차를 세워두고
철규를 기다린다. 잠시후 철규의 차가 들어온다. 경아는 차에서 내려 철규에게로
다가간다. 철규가 도어를 열어주자 경아는 철규의 옆자리에 앉는다. 철규는 가만히
경아를 바라본다. 경아는 차창밖을 내다본다. "오빠 나 사랑해?" "응" 철규의
대답에도 경아는 반응이 없다.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던 경아는 잠시후 입을
연다. "그럼, 나 키스해줘" 경아가 철규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는다. 철규는 경아의
입으로 자신의 입술을 가져간다. 철규의 입술이 닿자 경아는 가만히 그의 입술을
받아들인다. 경아의 촉촉한 입술의 감촉이 전해진다. 경아의 입에서 달콤한 냄새가
베어온다. 철규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경아의 입술을 문다. 그러자 경아는 크게
숨을 내쉬며 철규의 귀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낸다. "으음." 경아가 나즉히 신음
소리를 낸다. 경아가 입을 열자 철규는 경아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넣는다. "아...
음!" 경아는 철규의 혀를 자신의 혀로 둥글게 말아본다. 철규의 혀가 경아의 혀에
닿자 경아는 철규의 입술을 허겁지겁 빨아들인다. 철규는 경아의 입을 강하게 핥는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경아의 입술은 향기로웠다. 경아가 철규의 목을 휘감는다. 경아의
허리가 위로 솟아오른다. 철규는 경아의 가슴이 솟아오르자 손으로 블라우스 안에
감춰져있는 경아의 가슴에 손을 얹는다. 경아는 가만히 자신의 가슴 위에 올라와있는
철규의 손을 잡는다. 경아는 철규의 목을 감고 있던 자신의 손 하나를 내려 그의
허리로 향한다. 철규의 허리는 여전히 듬직하다. 경아의 손은 철규의 허리를 지나
바지 앞섶을 더듬든다. 경아의 손에 바지 안쪽에서 불룩 솟아오른 철규의 심벌이
느껴진다. 경아는 철규의 심벌을 움켜쥔다. 그러자 철규는 엉덩이를 경아의 앞으로
들이민다. 철규의 심벌이 경아의 아랫도리를 자극하면서 경아의 풍만한 가슴이
철규에게 느껴진다. "아하아.... 오빠" "가만있어. 경아야!" 철규의 손이 경아의
블라우스 안쪽을 헤집는다. 경아의 블라우스는 경아의 바지 속에 끼여서 쉽게 나오지
않는다. 경아가 허리를 들어주자 철규는 경아의 블라우스를 잡아당긴다. 그러자
경아의 블라우스가 가슴 위로 올라온다. 철규는 경아의 블라우스 안으로 손을
밀어넣는다. 경아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살이 느껴진다. 철규는 다시 경아의 가슴으로
손을 옮겨간다. 경아의 몸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철규는 경아의 젖가슴을
막고있는 브라자를 가슴위로 밀어 올린다. 그러자 경아의 알맞게 솟은 유방이 앞으로
튀어나온다. 철규는 경아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철규의 손이 경아의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경아의 유두가 굳어지기 시작한다. "오빠아, 아아.... 누가 보면 어떻해"
"괜찮아. 아무도 없어" 다시 경아의 가슴이 용솟음치기 시작하면서 경아가 철규의
머리를 잡고 앞으로 끌어당긴다. 순식간에 철규의 얼굴이 경아의 가슴에 파묻힌다.
철규는 입술로 경아의 유방을 문다. 경아의 가슴이 따뜻하다. 철규는 혀로 경아의
유두를 부드럽게 애무하며 빨아 당겨본다. 젖이라도 나왔으면 싶다. 철규는 아기처럼
경아의 가슴을 소리가 나도록 진하게 빤다. 그러나 젖이 나올 리가 없다. "경아야"
숨결이 거칠어지면서 철규의 손이 경아의 바지를 더듬는다. 경아가 가만히 철규의
손을 잡는다. 그러나 철규는 경아의 손을 뿌리친다. "오빠... 거기는 안돼!" 경아가
다시 철규의 손을 잡는다. "가만있어" 철규는 아랑곳하지 않고 경아의 바지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철규의 손이 경아의 바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경아의 팬티를
헤집는다. 철규의 손에 경아의 꽃잎이 조금 느껴진다. "안된다니까" 경아가 철규의
가슴을 밀어내며 몸을 일으킨다. "아니 경아야, 너 정말 왜그러니?" 철규는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자신의 몸을 거부하고 마는 경아를 이해할 수가 없다. 전에 같으면
경아가 더 적극적이었는데 오늘은 이해할 수가 없다. "미안해. 오빠" 경아는 머리와
옷을 추스리고는 차에서 내린다. 경아는 걸음을 옮겨 강변으로 내려간다. 경아는
강가로 걸어가 계단에 엉덩이를 깔고 앉는다. 어둠이 파묻힌 강물은 멀리서 비쳐오는
빌딩의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다리에는 자동차의 불빛이 거미줄처럼
하나로 길게 이어져있다. 철규가 매점에서 따뜻한 커피 두잔을 뽑아온다. 철규는
경아에게 커피를 건네주며 경아의 옆자리에 앉는다. 경아는 아무 말없이 강을
바라보며 커피 한모금을 마신다. 철규는 경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려다가
그만둔다. 경아가 뾰루퉁하게 화가 나 있을 때는 묻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경아가 곧 제풀에 지쳐 입을 열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잠시후 경아가 나즉히 입을 연다. "오빠" "응?" "나 사랑하지마, 나
사랑하면 안돼!" 경아의 말은 작은 목소리였지만 또렷한 어조로 말한다. 철규에게는
역시 우려했던 일이다. "아니 경...경아야" 철규는 말을 더듬으며 경아를 바라본다.
철규는 말문이 막힌다. 경아는 계속 어둠에 묻힌 검은 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오빠,
우리 이제 그만 헤어져!" "경아야!"

제9화: 섹시한 각선미 1

철규의 부름을 뿌리치고 경아는 자동차를 몰아 자신의 오피스텔로 돌아온다. 늦은
밤이다. 경아는 쉽게 잠을 이룰수가 없다. 경아는 철규 오빠와 이렇게 헤어져야 하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그렇지만 언제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고 스스로를 달랜다.
경아는 오빠를 잊기 위해, 마음 편하게 잠자리에 들기 위해 싱크대 안에 있는
양주병을 꺼내 잔에 따른다. 경아는 양주가 따루어진 잔을 들고 침대 위에 걸터
앉는다. 경아는 양주 한 모금을 마신다. 그러나 경아는 취하지 않는다. 경아는 다시
한모금의 양주를 마신다. 경아는 남자들과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나 이별을
선언하고 헤어지지만 이처럼 경아의 마음은 아프다. 그럴때마다 남자들은 경아가 참
독한 여자라고 생각하지만 경아는 그렇지 않다. 그렇게 몇 잔의 술을 마시자 경아는
얼굴이 불콰해지는 것을 느낀다. 경아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목을 만져본다. 목이
뜨거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경아는 다시 한모금 더 마시고 나서 벌렁 침대에
드러눕는다. 경아는 문득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본다. 경아가 현재와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은 불과 몇 년전의 일이다. 그 사이에 경아의 인생관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경아가 고스란히 지켜오던 자신의 처녀를 잃은 것은 스물 한 살
때였다. 그것은,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꼬옥 간직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쳐야겠다던 경아의 생각과는 달리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조차 경아는 미리 짐작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부산에 살고 있던
경아네는 엄마와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아버지의 본처인 큰어머니와의
갈등이 커지면서 많은 어려움과 갈등을 겪게 된다. 큰어머니는 경아네에게 무조건
부산을 떠나라고 강요했다. 먹고 살 만큼의 경제적인 보상을 해줄테니 부산을 떠나
어디로든 사라져달라는 것이었다. 경아 엄마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갖고부터는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집안에만 들어앉아 있었다. 경아네가 부산을 떠난 것은
큰어머니의 성화 이외에도 경아가 큰몫을 차지했다. 경아는 엄마가 아버지 이외에
또다른 남자(복덕방 아저씨 등)와 교제를 하는 것을 항상 못마땅하게 여겨왔던
것이다. 물론 엄마에게 직접 내식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경아는 엄마에게 부산을
떠나자고 성화를 부렸다. 경아의 이러한 성화에는 경희의 암묵적인 지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경희 역시 자신에게 상처만 준 부산이 싫었다. 부산이 아니라면
어디서든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경아네는 부산을 떠나 서울로
이사를 왔다. 경아는 아빠의 내연의 처로 평생 음지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엄마에게
증오심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엄마처럼 살지는 않을거야.
엄마처럼 살 바에는 차라리 여자이기를 포기하는게 좋아. 결국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경아네 가족은 경아 아버지가 얻어준 아파트에서 살았다. 생활비는 부족하지
않을 만큼 아버지가 보내주었다. 그러나 경아의 생각은 달랐다. 아는 사람도,
일가친척도 없는 경아네가 건강한 가정을 꾸려나가려면 무엇보다도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하고, 그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적으로 건강한 생활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경아의 옹골진 생각이었다. 그래서 여고를 졸업한 경아는 대학에
진학하라는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였다. 경아는 돈을 벌고
싶었다. 주체할 수 없을만큼 많은 돈을 벌어 엄마처럼 남자에게 얹혀서 살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경아의 첫직장은 무역업을 하는 중견기업체였다. 학교성적이 좋았던
경아는 교장선생님의 추천으로 이 회사에 취직을 한 경아는 누구보다도 회사일에
적극적이었다. 열심히 일해서 인정을 받아야 해, 그래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어.
하는 것이 경아의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독립을 하고 싶었던 경아는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회사일에 몰두하였다. 경아는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내놓았다. 경아의 성실성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곧 회사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 경아는 고졸 사원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입사한지 2년만에 대리로
승진하는 기록을 세웠다. 부서도 단순한 업무를 보는 경리부에서 회사의 중요 정책을
입안하는 기획조정실로 발령을 받았다. 이같은 경아의 고속승진의 뒤에는 기획실의
민경식 과장의 도움이 컸다. 민 과장은 평소 경아의 성실한 근무태도와 번뜩이는
아이디어, 예의바른 행동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경아는
서서히 여자로서의 성숙한 모습도 갖추어가기 시작하였다. 자존심이 강했던 경아는
스무살 때의 일을 잊지 못한다. 회사 화장실에서 미스 김과 미스한이 속삭이던
대화를. 경아가 얼굴은 이쁘지만 몸매는 강은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을. 남자들은
얼굴 보다는 육감적인 몸매를 더 선호한다는 말을. 그로부터 6개월간 절취부심하며
몸매 가꾸기에 성공한 경아는 회사에서 남자 사원들의 유혹의 대상이 될만큼 몰라보게
달라졌다. 당시 경아의 경쟁대상자였던 갑자기 강은희는 회사를 그만둔 뒤였다. 무슨
일인지 강은희가 회사를 그만두자 그녀에 대한 갖가지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어갔다. 그 소문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역시 기획실의 박 대리와의 섬씽으로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아는 믿을 수 없었다. 박 대리처럼 신사적이고
매너있는 사람이 강은희와 깊은 관계를 가졌을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박
대리는 회사 오너의 외동아들이 아니었다. 평소 경아는 선배언니들로부터 회사에서
남자 사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조심을 해야한다는 주의를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경아는 자기 관리에 조심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아에게도 운명적인 사건이
찾아왔다.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오후. 경아는 혼자 사무실에
남아 타이프를 하고 있었다. 기획실의 박 대리가 입안한 기획안의 타이프를 경아가
정리하고 있었다. 원래 미스 강이 맡은 업무였지만 미스 강이 바쁜 일이 있다기에
경아가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자청한 것이었다. 타이프의 양은 2-3시간이면 끝낼 수
있는 것이었다. 경아는 혼자 사무실에 남아있는 것이 무서워 사무실의 문을 잠그고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무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경아는 이
시간에 누굴까 의아해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다. "누구세요?" 경아는
문을 열어주지 않은채 물었다. 문밖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스 리, 나야
민과장. 문 열어!" 민경식 과장이었다. 경아는 얼른 문을 열었다. "어머! 과장님
안녕하세요? 이 시간에 왠일이세요?" 경아는 밝은 표정으로 물었다. 민 과장은
사무실에 들어오며 경아를 바라보았다. "미스 리는 왜 퇴근 안하고 있어?" "네, 저...
남은 일이 좀 있어서 마저 정리하고 가려구요" 민 과장은 경아의 자리로 걸어와
경아가 타이프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음, 타이프를 치고 있었군, 아직 멀었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으면 그만 퇴근하고 월요일에 하지 그래" "아녜요. 조금만 더
하면 되요. 월요일 아침에 결재를 올려야 하거든요." "수고가 많군. 그래 그럼 일해."
민 과장은 자신의 책상이 있는 칸막이 저쪽으로 걸어갔다. 민 과장의 자리는 칸막이로
가려져 있어서 경아의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게 꾸며져 있었다. 네. 하며 경아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하던 일을 계속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경아는 어깨가
아파 잠시 쉬기로 하였다. 경아는 커피를 한잔 마시고 일을 하기 위하여 사무실 내의
간이 주방으로 걸어가면 민 과장에게 말했다. "과장님 차 한 잔 드릴까요?" "좋지.
녹차로 부탁해" 경아는 녹차를 만들어 민 과장의 자리로 걸어갔다. 민 과장은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린 채 신문을 보고 있었다. "차 드세요 과장님." 경아는 민 과장의
책상 위에 녹차를 올려놓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며 의아한 생각을 했다. 토요일
오후.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없는 사무실에 돌아와 신문을 뒤적이고 있는 민 과장의
행동이 조금 의아스러웠다. 그러나 경아는 커피를 마시면서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경아는 일을 마치고 빈 커피잔을 들고 주방으로 걸어갔다. 경아는 다시 민 과장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가 마시고 난 녹차 잔을 찾아 씻기 위해서였다. 민 과장은
여전히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놓은 채 의자에 기대어 신문으로 얼굴을 덮고 잠을 자고
있었다. 경아는 살그머니 민 과장이 마신 녹차잔을 주방으로 가지고 가서 깨끗이 씻어
놓았다.

제10화: 섹시한 각선미 2

경아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면서 민 과장의 자리를 훔쳐보았다. 민 과장은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다. 경아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책상을 정리하고 핸드백을
어깨에 걸치며 민 과장에게로 걸어갔다. 민 과장의 잠자는 모습이 경아에게는 귀여워
보였다. 역시 사람은 누구나 잠자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 보였다. 경아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나즈막한 소리로 민 과장을 불렀다. "과장님!" 잠이 깊이 들었던지 민
과장은 대답이 없었다. 경아는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 "과장니임. 주무세요?"
경아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민 과장은 눈을 떴다. "과장님. 저 퇴근하려고 하는데
사무실에 계실 거에요? 열쇠 드릴까요?" 민 과장은 벽시계를 돌아보았다. "어 벌써
이렇게 되었나? 그래 일은 다 끝냈어?" "네!" "혼자 고생했네. 집으로 갈 거야?" "네"
"그럼 같이 가. 내가 지하철까지 태워줄테니" 민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아는
과장님 저, 괜찮아요. 혼자 가겠어요, 하고 말하려다 말이 나오지 않아 민 과장을
따라나섰다. 계단을 내려가며 민 과장은 말했다. "미스 리는 남자 친구 없어?" "네?"
경아는 눈을 둥그렇게 뜨며 민 과장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화창한 토요일 오후에
미스 리같은 미모의 여성에게 데이트 신청해주는 남자도 없단 말이야?" 민 과장의
장난스런 말에 경아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아이. 과장님은......" 하고
말했다. "세상의 남자들이 모두 눈이삐었군. 이렇게 어여쁜 아가씨를 몰라보다니"
"아이, 과장님은" 경아는 예쁘게 눈을 흘겼다. "안되겠어. 내가 세상의 못난 남자들을
대표해서 오늘 미스 리를 즐겁게 해줄까?" "......." 경아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미스 리가 거절하지 않은 것을 보니 내가 거부당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게. 그럼
오늘은 나하고 데이트를 하는거다?" 민 과장은 자신의 승용차에 올라 시동을 걸며
경아를 바라보았다. "어디로 갈까?" "아니에요. 과장님. 과장님도 댁에 일찍
들어가셔야......" 경아는 순간 아차, 하며 얼른 입을 다물었다. 민 과장의 아내는
교통사고의 충격으로 식물인간이 되어 이개월째 병원에 있다는 것을 잠시 잊었던
경아는 민 과장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미스 리. 괜찮아. 우리 마누라는 지금
죽은 거나 다름없어." 민 과장은 경아의 조심스러운 행동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민 과장에게는 일곱 살 난 아들도 있었으나 교통사고가 났을 때 병원으로
후송 하던 중에 사망했다는 것을 경아는 알고 있었다. 그날의 교통사고는 민 과장
부인의 운전미숙으로 인한 중앙선 침법이어서 민 과장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경아는 이런 민 과장의 처지를 생각하니 갑자기 그가 쓸쓸해보이고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들어가보았자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경아는 민 과장이 이렇게 원한다면 시간을 함께 해주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죄송해요. 과장님" "괜찮다니까." "과장님. 그럼
용서해주시는 의미로 맛있는 거 사주세요" "그래. 미스 리는 뭘 좋아하시나?" "전
무엇이든지 다 잘먹어요. 개 고기나 돼지고기만 빼구요" "좋았어." 민 과장은
자동차를 몰아 교외의 조용한 레스토랑으로 갔다. 레스토랑에는 젊은 부부들이나
아베크 족들이 많이 있었다. 깔끔하고 우아한 실내장식과 피아노 연주가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웨이터가 메뉴판을 들고 다가왔다. 민 과장은
경아에게 메뉴판을 밀어주었다. 경아는 메뉴판을 들여다보다가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망설여져서 민 과장에게 미루었다. "과장님께서 시켜주세요." "그럴까. 그럼?" 경아는
사실 이런데에 처음 들어왔다. 메뉴판의 가격을 보니 경아의 일주일치 용돈으로도
이곳의 한 번의 식사값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부담이 되었다. 민 과장은
정식을 시키면서 와인도 한잔씩 부탁한다고 말했다. 경아는 실내를 둘러보았다. 실내
장식품들이 모두 중세 유럽식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서 매우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이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있었다. "미스 리, 마음에 드나보지?" "네" "그래? 그럼
다행이군." 경아는 민 과장을 향하여 미소를 지어보였다. "회사생활은 어때. 힘들지
않아?" "좋아요" "참 미스 리는 아버님이 안계신다고 했던가." "두분 다 계세요.
그렇지만 지금은 엄마와 동생하고만 살고 있구요." 경아는 아버지가 안계시다고 말을
하려다가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날
경아는 민 과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민 과장이 부인과 만나 결혼을 하게 된
이야기, 회사이야기, 그리고 생활이야기 등등...... 얼마나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식사가 끝나고 와인을 한잔씩 마시고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스 리, 아직
시간이 있으니 우리 드라이브나 할까?" 민 과장의 제의를 경아는 거절하지 않았다.
경아는 민 과장이 외로워보인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함께 있어주면 민 과장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민 과장은 자동차를 교외로 몰아갔다.
자동차는 송추 벽제를 지나 어둠이 깔린 숲속에 멈추어섰다. 자동차들이 많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심야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인 것 같았다. 민
과장은 경아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을 하고는 어디론가 갔다. 잠시후 나타난 민
과장은 캔맥주를 사왔다. 민 과장은 캔 맥주를 따서 경아에게 건네주었다. 경아는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였다. 제대로 술을 배울 기회도 없었고, 친구들과도 술을
마실만큼 잘 어울리지도 않았던 경아는 맥주 몇모금만 마시면 얼굴이 벌개지고 술이
오르고는 하였다. 회사에서 회식을 가서도 경아는 술을 너무 못마셔서 맥주병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경아는 민 과장이 건네주는 술을 한모금 마셨다. "미스 리는
술을 잘 마시지 않지?" "네 못마셔요" "맥주니까 괜찮아. 그리고 야외에서 마시면
그렇게 취하지도 않거든. 그러니 이 기회에 한 번 마셔봐." 민 과장은 경아가 들고
있는 캔에 자신의 캔을 부딪쳐왔다. 경아는 망설이다 캔을 입으로 가져갔다. 오늘은
민 과장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그와 함께 시간을 하는 것이고, 그런 만큼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아는 또한 생각했다. 민 과장님은
회사에서도 무척 점잖으신 분이므로 설혹 내가 술이 취했더라도 자동차가 있으니까
집에까지 바래다주실꺼야. 괜찮을거야. 경아는 캔을 한병 다 마시고 얼굴을 찡그렸다.
맥주의 차가움과 사한 알콜냄새가 코끝으로 스며 올라왔다. 경아는 얼굴을 찡그렸다.
생각만큼 술이 오르는 것 같지는 않았다. 민 과장님의 말씀대로 야외이기 때문일거야.
"미스 리 잘 마시는 군 그래. 자 한병 더 마셔" 민 과장은 봉지에서 새로운 캔을 꺼내
뚜껑을 따서 경아에게 건네주었다. "과장님 맥주가 맛있어요" 경아는 맥주를 또
마셨다. 그리고 경아는 또 한 개의 캔을 마셨다. 왠일인지 술이 잘 넘어가는 듯했다.
민 과장이 틀어준 음악을 들으며 경아는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경아는 무엇인가가 자신의 몸에 기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꿈이었을까. 경아는 몸을 틀었다. 또 다시 무엇인가가 자신의 몸위를 기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경아는 다시 옆으로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무거운 무엇이 자신의
몸을 억누르면서 뜨거운 것이 불어왔다. 그제서야 경아는 눈을 떴다. 꿈이 아니었다.
"엄마!" 경아는 깜짝 놀라 부르르 떨며 몸을 일으켰다.


제11화: 섹시한 각선미 3

경아는 잠이 들어있었다. 의자의 등받이가 뒤로 뉘어져 있었으며 경아는 맥주를
마시고 세상 모르고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엄마아!" 경아는 다시
소리를 질렀다. 민 과장의 가슴이 경아의 가슴 위에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경아는
반사적으로 민 과장을 옆으로 밀었다. 민 과장은 운전석으로 밀려났다. 경아는 두팔로
가슴을 에워쌌다. "과, 과장님....." "미스 리" 경아는 갑자기 민 과장이 벌레처럼
징그러워 보였고 무서워졌다. 민 과장이 자신의 몸 위로 올라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과장님이 내 몸 위에 올라왔을까. 경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미안해 미스리! 미스 리가 잠을 자기에 불편할까봐 자리를 뒤로 편하게 넘겨주다가
그만....." 그만? 어떻게 되었다는 것일까. 경아는 민 과장의 그 다음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민 과장이 말을 중단했기 때문이었다. 민 과장은 핸들에 고개를 박고 있었다.
경아는 그만 민 과장이 가엾어 보였다. 그래. 민 과장님은 나를 편하게 잠자도록
해주시기 위해 의자를 뒤로 넘기다가 그만 나에게 쓰러진 것일뿐이야. 하고 경아는
생각했다. 경아는 이 순간 과장님의 무안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도
언제나 경아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분이 아니었던가. 경아 보다 열 두살이나
위였지만 과장님의 존재는 경아에게 직장 상사이기 이전에 오빠와 같은 마음 든든한
존재였다. 경아가 입사 초기에 실수를 해도 야단 한 번 안치시고 따뜻한 시선으로
위로해 주시분이셨다. 경아는 그런 과장님께 무안하게 해드려서는 안된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더군다나 과장님은 지금 가정적으로도 굉장히 어려운 상태가 아닌가.
이럴 때 과장님을 위로해 드려야 한다고 경아는 생각했다. "제가 깜박 졸았나봐요,
과장님" 경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민 과장은 핸들에
박고있던 머리를 들어 경아를 바라보았다. "미스 리 괜찮아?" "네. 괜찮아요. 겨우 캔
새개를 마셨는데요 뭘. 저 이제 술 잘마시나 봐요. 과장님 캔 더 있어요?" 경아가
애교띤 웃음을 지으며 민 과장에게 물었다. "으 으응. 있어." 민 과장은 봉지에서
캔맥주를 꺼냈다. 봉지에는 캔 맥주가 여러병 더 있었다. 언제 사왔을까. 내가 그만
깜박 잠든 사이에 과장님이 더 사오셨나보다. 하고 경아는 생각했다. 경아는 캔을
따서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과장님도 맥주 더 드세요" "그래. 그럴까" 미스 리가
까무처치지 않은 게 다행이야. 민 과장은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 과장과 경아는 다시 건배를 했다. 민 과장은 맥주를 마시면서 경아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특별한 감정의 변화가 없는 것 같았다. 휴우, 살았다. 민 과장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경아의 다리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역시 다시 보아도 잘빠진 탐스러운
다리였다. 조금전에 민 과장의 손길이 잠시 머물렀던 경아의 다리는 어둠속에서 하얀
살결을 드러내고 있었다. 경아는 오늘따라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회사에 나왔었다.
어디에 내놓아도 이제 자신의 몸매에 자신이 있었던 경아는 바지 보다는 스커트를 더
즐겨입었다. 회사에서도 토요일에는 바지를 입는 것을 허용하였지만 경아는 바지를 잘
입지 않았다. 다른 여사원들이 토요일에 바지와 간편한 복장을 하고 올 때면 경아는
오히려 자신의 몸매를 자랑하기라도 하듯 초미니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더욱 즐겨
입었다. 경아의 초미니 스커트는 경아의 각선미를 충분히 드러내고 있었다. 경아의
사무실에서의 모습은 책상 안으로 다리가 숨겨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자동차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경아의 다리는 허벅지가 거의 드러나 있었다. 민 과장은
조금전에 자신의 손길이 닿았던 경아의 다리를 다시 한 번 만져보고 싶었다. 그러나
경아는 민 과장의 시선을 의식한 듯 핸드백으로 자신의 다리를 가렸다. 민 과장은
모른 척 다시 맥주를 마셨다. "어 잘 마시네. 하나 더 마셔" 민 과장이 새로운 캔을
경아에게 건네주며 너스레를 떨었다. 경아는 민 과장이 건네주는 캔을 거절하지 않고
받았다. "네, 이상하게 오늘 술이 맛있어요" 경아의 웃을 때의 보조개가 매우
귀여웠다. 남자들은 여성의 보조개를 보고 섹스를 생각하기도 한다던데 지금 민
과장의 감정이 그러했다. 경아가 미소를 지을 때면 살그머니 볼이 패이는 보조개는
남자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할만큼 섹시해보였다. 경아는 캔을 다 마시고 나자 다시
서서히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졸릴까. 잠을 자서는 안돼. 이경아 자지마.
눈을 떠. 경아는 자신에게 다짐을 해보았지만 내려앉는 눈꺼풀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경아의 머리가 아래로 쳐지기 시작했다. "과장님 저 졸려요. 왜 이렇게 졸음이 오는지
모르겠어요" "그래? 그럼 잠깐 눈 좀 붙여!" 민 과장은 경아의 자리를 뒤로
넘겨주었다. "죄송해요.... 과장님..... 죄송....." "괜찮아. 편히 누워. 오늘
피곤했던가 보다. 피곤할 때는 눈을 붙이는게 제일이야." 민 과장은 경아를
안심시키기 위하여 말을 많이 하였다. 민 과장의 말을 들으며 경아는 다시 잠이
들었다. 역시 잘 마시지도 못하던 술 때문이었다.

제12화: 섹시한 각선미 4

경아는 곧 새근새근거리며 잠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민 과장은 혼자 맥주를 마시며
세상 모르게 잠을 자고 있는 경아를 바라보았다. 잠이 든 경아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으음 음, 하며 간혹 몸을 뒤채며 잠을 자고있는 경아의 모습은 너무 탐스러웠다. 잠을
자면서 경아의 봉긋 솟은 탄력있는 가슴이 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화악, 움켜쥐고
싶은 충동이 일만큼 경아의 가슴은 탐스러웠다. 민 과장은 경아의 유방을 두손으로
움켜쥐고 싶은 욕구를 억눌렀다. 안돼. 내가 미스 리처럼 착하고 순진한 아이를
탐낸다는 것은 죄를 받을 짓이야. 미스 리를 건드려서는 안돼. 민 과장은 젊고
싱싱하며 아름다운 스물 한 살의 꽃다운 경아의 나이를 생각하자 자신의 순간적인
음탕한 욕심을 스스로 나무랬다. 민 과장은 고개를 흔들며 차에서 내렸다. 민 과장은
자동차에서 떨어진 구석진 곳으로 가서 소변을 보기 위하여 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일까. 민 과장의 심벌은 탱탱히 부풀어있었다. 민 과장은 팬티
사이로 남근을 꺼내었다. 밖으로 튀어나온 남근은 힘을 주자 아래위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척 힘이 느껴졌다. 소변이 마려워서일까. 이렇게 팽창해있는 것은. 하고
민 과장은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자신의 힘있는 남근이었다. 민과장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소변을 보았다. 소변의 양은 많았고, 오줌줄기는 매우 거셌다. 민
과장은 거의 두달 만에 자신있게 솟아오른 자신의 남근을 움켜쥐었다. 소변을 다 보고
났는데도 그것은 수그러들지를 않았다. 아아, 민 과장은 다시 한 번 손으로 남근을
세게 움켜쥐었다. 으음. 자신도 모르게 낮은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뜨거운 욕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민 과장은 사타구니를 오므렸다 펴며 바지의 지퍼를
올렸다. 서른 세 살의 나이. 아직은 한창 성욕이 왕성할 때였다. 일주일에 네 번 이상
아내의 몸을 만지지 않고는 잠지 오지 않던 그였다. 그런데 벌써 두달째 여자의 몸을
건드려 보지 못하였으니 그동안 참고 있었던 욕정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젊고 섹시한 스물 한 살의 미스 리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함깨
술을 마셨고, 미스 리가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쫓아오지 않을 야외가 아닌가. 그러나
민 과장은 미스 리를 건드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민 과장은 자신의 욕정을 억눌러야 한다고 느끼면서 승용차에
올랐다. 경아는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민 과장은 경아가 어깨를 비스듬히
하고 누워 있어서 의자에서 떨어질 것 같아 불안해보였다. 민 과장은 경아의 몸으로
손을 가져가다가 멈칫하였다. 미스 리가 깨어나면 어떡하나. 그러나 가만히 두면 미스
리는 불편한 자세 때문에 오히려 더 빨리 잠에서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민
과장은 미스 리를 바로 눕혀 편하게 잠을 자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
과장은 다시 팔을 뻗어 경아의 어깨를 잡았다. 작고 앙증맞도록 귀여운 어깨였다. 민
과장은 경아의 어깨를 바로 세워주었다. 경아는 그런 줄도 모르고 여전히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경아의 어깨를 바로세워주고 운전석으로 자신의 몸을 앉히던 민
과장은 다시, 불현듯 경아의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참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깨끗한 여성을 안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난 것은 그
순간이었다. 안돼. 이래서는 안돼. 벌 받을 짓이야. 마음 한구석에서 일어나는
채찍질이었다. 민 과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안돼. 아직까지 아내 이외의 여성을 탐낸
적은 없어. 그런 내가 왜....... 그러나 민 과장의 몸은 마음과는 달랐다. 다시
아랫도리가 뻐근하도록 텐트를 치고 있었다. 민 과장은 바지 위로 솟아오른 남근을
손바닥으로 억울렀다. 손바닥으로 억누를수록 이상하게도 욕정은 더 일어났다. 민
과장은 자신의 남근을 움켜쥐며 엉덩이를 좌우로 조금 흔들어보았다. 아아. 미치겠군.
정말. 민 과장은 고개를 돌려 경아를 내려다보았다. 경아의 가슴이 솟아올랐아가
내려앉고 다시 솟아올랐다가 내려앉는 모습이 섹시해보였다. 엷은 브라우스 안쪽에서
솟을대로 솟아오른 경아의 탐스러운 유방은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직전의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민 과장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경아의 짧은 미니스커트는
경아가 누운 자세가 되자 더욱 위로 치켜올라가 있었다. 조금만 더 스커트를 올리면
팬티가 드러날 정도로 경아의 스커트는 짧았다. 스커트 안쪽으로 경아의 매끄러운
허벅지살이 많이 드러나 있었다. 그때였다. 경아가 몸을 틀며 다리를 꼬았다. 그러자
스커트가 위로 흘러내렸다. 순간 민 과장은 자신의 남근을 움켜쥐었다. 바지 안쪽에
갇혀있는 남근이 다시 용솟음을 치는 것 같았다. 민 과장은 살며시 고개를 숙여
경아의 스커트 안쪽을 살폈다. 헉! 민 과장의 시선에 경아의 망사로 된 연분홍 팬티
라인이 보였다. 민 과장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왜 하필이면 망사로 된 팬티를
입었을까. 민 과장은 경아의 팬티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망사팬티를 입었다면 속살이 거의 그대로 다 비쳐질거야. 민 과장은 침을 삼켰다.
아랫도리가 다시 뻐근해지고 있었다. 이거 미치겠군. 민 과장은 생각 같아서는 경아의
위에 올라가 지금 곧바로 배설을 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민 과장은 다시 한 번
남근을 거머쥐며 다리를 오므렸다. 미스 리를 이런 곳으로 데리고 오는 것이
아니었어. 애초에 사무실에 다시 들어가 미스 리를 만난 것은 미스 리를 건드려보고
싶은 욕심도 없지 않았어. 하지만 너무 열심히, 성실히 일하는 미스 리를 격려해주고
싶기도 했어. 아니야 거짓말이야. 미스 리를 여자로서 느꼈기 때문이야. 사내로서
미스리를 어떻게 한 번 해보고 싶었기 때문일거야. 민 과장은 그러나 미스 리와 함께
저녁을 먹고, 드라이브를 하고, 맥주를 마시며 그녀가 얼마나 생각 이상으로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의 소유자인가 하는 것을 알았다. 그런 미스 리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돼. 민 과장의 머리는 지금 악과 선이 격렬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성을 따르자니
원초적인 본능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한 번만. 한 번만 보고 덮어놓자. 민 과장은
눈을 감았다가 뜨며 손을 뻗쳤다. 경아의 스커트를 걷어 팬티만 보고 다시 스커트를
내려놓을 생각이었다. 민 과장은 떨리는 손으로 살며시 경아의 스커트를 잡았다.
경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경아는 여전히 깊은 잠속에 빠져 있었다. 민 과장은
경아의 스커트를 천천히 위로 올렸다. 경아가 다리를 꼬고 있어서 무릎 부분이 허벅지
보다 높았다. 스커트는 자연스럽게 엉덩이쪽으로 흘러내렸다. 헉! 순식간에 경아의
팬티가 드러났다. 속살이 훤히 비치는 망사팬티는 자동차의 어두운 실내불빛
아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팬티는 어린 아기의 팬티처럼 작고 앙증맞았다. 팬티는
겨우 중요한 부분만 가리고 있었다. 민 과장은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역시
본능은 이성보다 앞섰다. 경아의 음모가 팬티 저쪽에서 드러났다. 검은 숲이었다.
다리를 꼬고 있어서 숲이 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검은 숲의 자락이 드러나
있었다. 민 과장은 궁금했다. 검은 숲의 나머지 부분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경아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경아의 가슴은 여전히 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민
과장은 다시 호기심이 발동했다. 참을 수 없었다. 건드리지는 말고 그냥 보기만 하자.
민 과장은 경아의 종아리를 잡고 살며시 꼬고 있는 다리를 내려놓았다. 다시 한 번
경아의 표정을 살펴보고는 경아의 다리를 조금 벌리면서 엉덩이 아래에 눌려있는
스커트 뒷부분을 위로 잡아당겼다. 스커트는 쉽게 말려 올라갔다. 그러자 경아의
허벅지가 완전히 드러났다. 스커트가 경아의 배 위로 치켜 올라가면서 팬티도 한눈에
보였다. 아아, 거기에 경아의 검은 숲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제13화: 섹시한 각선미 5

헉! 민 과장은 경아의 검은 숲을 보자 침을 삼켰다. 작고 앙증맞은 망사팬티에 가려진
숲이 어렴풋이 드러나자 민 과장은 몸둘 바를 몰랐다. 간혹 술집에서 외도를 하며
다른 여자의 음부를 보아왔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충동에 의한 것이어서 불결해보였고,
돌아서면 아무런 감흥도 나지 않았다. 아내 이외의 평범한 여자의 음부를 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스물한살 꽃다운 나이의 청순한 미스 리의 그것이
아닌가. 경아의 그것은 망사 팬티와 음모에 가려져 있는데다 어둠 속이어서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민 과장을 더욱 자극했다. 사무실에서 간혹 미스
리의 몸매를 훔쳐보곤 했지만 그것은 남자라면 누구나 은밀히 즐기는 일이었다.
미모의 젊은 여성을 대하는 유부남이라면 그저 눈요기로 만족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그것도 야외에서, 더구나 자신의 승용차에서, 게다가 술을
마시고 잠들어 있는 미스 리가 아닌가. 민 과장은 충동을 느꼈다. 미스 리의 아름다운
몸매가, 무방비 상태로 잠들어 있는 자태가 민 과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민
과장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아랫도리로 손을 가져갔다. 바지 안에 숨어있는 자신의
심벌은 어서 기회를 달라고 앙탈을 부리듯 불끈 솟아있었다. 민 과장은 자신의 남근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아아, 미칠 것 같았다. 으윽! 하고 민 과장은 속으로 신음을
내며 아랫도리를 웅크려본다. 미스 리 미안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이럴때는 내가
아닌 다른 남자라도 본능을 숨길 수가, 아니 솟구쳐오르는 이 욕구를 더 이상 억누를
수가 없을거야. 미스 리 이해해. 안돼. 이렇게 청순하고 아름다운 미모의, 아직
남자라고는 전혀 모를 것 같은 순결하고 청초한 미스 리를 건드려서는 안돼. 그래서는
안돼. 더구나 나는 미스 리를 책임질 수도 없는 가정이 있는 남자가 아닌가. 그렇지만
살다보면 이럴 수도 있는 거지 뭐. 이런 순간에 놓여 있을 때 도덕적일 수 있는
남자가 누가 있단 말인가. 그래도 안돼. 충동을 느껴서는 안돼. 아직 세상물정 모르고
착하기만 한 미스 리는 나를 친오빠처럼 믿고 여기까지 따라온 게 아닌가. 그런 미스
리가 그렇게도 믿고 따르는 내가 사고를 쳐서는 안돼. 한 여자를 불행하게 만드는
나쁜 짓이야. 나는 죄를 짓는 것일 뿐이야. 이건 사랑도 아니야. 민 과장은 도덕적
양심과 충동적 본능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하였다. 민 과장이 이렇게 번민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경아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민 과장은
경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비치는 경아의 얼굴은 참 맑고
깨끗했다. 회사에서 그렇게 명랑하고 밝은 얼굴로 열심히 일을 하던 얼굴이 아니던가.
민 과장은 경아의 도톰한 입술을 바라보았다. 앵두처럼 붉고 오목한 입술이었다. 이
입술에 한 번 키스를 해보았으면. 얼마나 달콤한 키스가 될 것인가. 민 과장은 경아의
오똑한 콧날과 귀를 바라보았다. 저 오똑한 코에 내 코를 비비고, 저 오목한 귀에 내
혀로 애무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해본다. 민 과장은 경아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새근거리며 일정한 동작으로 고르게 반복하는 귀여운 가슴이었다. 한입
베어물고 싶을 만큼 탐스러운 가슴이었다. 모르긴 해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유방은
위로 치켜져 올라가 있을거야. 민 과장은 경아의 하체를 내려다보았다. 스커트가 위로
올라가서 망사 팬티와 스타킹이 하체를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벗은 거나
다름없는 경아의 하반신은 한마디로 다듬어놓은 조각과 같이 곧은 각선미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 미스 코리아의 각선미도 이 정도는 못될 거야. 적당하게 부피가
느껴지는 엉덩이와 그 엉덩이를 받쳐주고 있는 허벅지의 버선 코 같은 곡선미, 그리고
허벅지에서 무릎으로 내뻗고 있는 다리에는 군살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무릎
아래의 종아리는 또 어떤가. 조각가가 깎아놓은 것 같은 절묘한 종아리였다. 평소
미스 리의 걸어가는 뒷모습만으로도 즐길 수 있었던 앙증맞게 아름다운 종아리였다.
민 과장은 다시 미스 리의 음부로 시선을 향했다. 어렴풋이 히끗히끗 보이는 경아의
꽃잎은 잠자는 숲 속의 요정처럼 고요했다. 잠자는 요정의 고요는 폭풍 전야처럼
느껴졌다. 폭풍이 불어올 때 고요와 적막이 폭풍을 예고하는 것처럼 경아의 꽃잎은
정적이 감돌았다. 경아가 꿈틀거리면서 히프가 잠시 요동을 쳤다. 그러나 곧 다시
적막이 감돌았다. 저 꽃잎에 기둥을 꽂으면 또 얼마나 요동을 치고, 폭풍소리는 또
얼마나 거세며 감미로울까. 민 과장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도 모르게 꽃잎을 향하여
손을 가져갔다. 다시 잠잠해진 경아의 꽃잎은 어서 다가오라고 손짓하는 듯 했다. 민
과장은 손을 뻗어 경아의 팬티라인을 살며서 잡았다. 경아에게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민 과장은 가운데 손가락을 살며시 팬티라인 안으로 집어넣었다. 민 과장은
경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표정없는 얼굴의 경아는 평화롭게 눈을 감고
있었다. 민 과장은 손가락에 힘을 주어 팬티라인 끝을 살금살금 들추었다. 그러자
꽃잎이 드러났다. 어둠 속에서도 그것은 분명히 보였다. 헉! 하고 민 과장은 숨을
멈추었다. 숨이 막히는 듯했다. 민 과장은 팬티 안으로 들어간 손가락을 뻗어 경아의
음모를 건드렸다. 까실까실하고 부드러운 음모 몇 올이 손가락 끝에 촉감을 전해왔다.
하악! 민 과장은 크게 숨을 들이쉬며 살며서 손가락을 뺐다. 민 과장은 머리를 흔들며
눈을 찡그렸다. 보아서는 안될 것을 본 것처럼 죄악감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민
과장은 자신의 몸의 변화를 느꼈다. 심벌이 까닥까닥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민
과장은 자신의 남근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그것은 바지를 향하여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자크만 열어주면 용수철처럼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햐아, 미치겠군. 민
과장은 심벌에 자극이 오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아래 위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었다. 어서 어서 문을 열고 들어가게 해주세요. 하고 외치는 것 같았다. 민 과장은
조용히 승용차에서 내렸다. 더 이상 미스 리를 바라보고 있다가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아예 승용차에서 내려 보지않는 것이 상책이지 싶었다.
그래 그래야겠어. 민 과장은 승용차에서 내려서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어 보기로
하였다. 그래도, 그렇게 충동질하는 본능을 억눌렀는데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면
본능이 요구하는 데로 따라야겠다고 생각했다. 민 과장은 승용차에서 멀리 떨어진 숲
속으로 걸어갔다. 소변을 보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캔 맥주를 많이 마셨던 것이
자주 소변을 마렵게 하는 것 같았다. 민 과장은 다리를 벌리고 바지의 지퍼를 내려
펜티를 헤집없다. 그러나 그의 손의 팬티에 닿기도 전에 심벌이 팬티 밖으로 불쑥
솟아나왔다. 뻣뻣하게 발기된 상태 그대로였다. 팬티는 이미 애액으로 젖어있었다.
미스 리의 아랫도리를 감상할 때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린 것 같았다. 부끄러웠다.
잠자는 여자의 몸을 은밀히 감상하면서 이렇게 팬티를 적셔보기는 처음이었다.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팬티를 닦았다. 그러나 완전히 잘 닦여지지가 않아
팬티는 여전히 젖은 상태 그대로였다. 소변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민 과장은 자신의
심벌을 움켜쥐었다. 아아, 아직도 심벌은 섹스를 원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심벌을
움켜쥔 손을 아래 위로 움직여보았다. 자극이 가해지자 쾌감이 솟아나왔다.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심벌을 움켜쥔 손을 아래 위로 움직이며 펌프질을 해보았다. 귀두에
자극이 가면서 흥분이 되었다. 미칠 것 같았다. 자위행위를 해본 것이 얼마만인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는 흥분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계속해서 손으로 용두질을
쳤다.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아하악! 학! 순식간의 일이었다. 정액이 솟아나온
것은. 민 과장은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배설을 하였다. 하아하! 욕정을 참은 뒤의
자위행위에 의한 배설이었지만 쾌감이 느껴졌다. 이 나이에, 젊은 여자의 섹시한
각선미를 보고나서 이렇게 야외의 숲에 선채로 자위행위를 하다니! 부끄럽고 황당한
일이었다.



제14화: 나 어떡해!!

경아는 자신의 아랫도리가 허전한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경아는 몸을 일으키다가
자신의 스커트가 위로 치켜져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어멋
역시.... 그랬어. 경아는 조금전까지의 자신의 하체에 닿았던 자극이 아련한 꿈 속인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경아는 스커트가 위로 올려지면서 하체가 허전해지고,
무엇인가가 자신의 팬티를 살며서 들추고 있는 것이 마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길을
혼자 거닐고 있는 것처럼 느꼈었다. 이건 현실이 아니라 꿈을 꾸고 있는 거야, 하고
생각했었다. 경아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것은 결코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꿈이 아니라면, 조금전까지 자신의 하체에 느껴지던 야릇한 감각은 민
과장님이 벌인 일이었다. 맞아. 역시 꿈은 아니었어. 그렇다면 내가 다시 깜박 잠이
들기전에 내 몸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도 민 과장의 말처럼 의자를 뒤로 넘기면서
실수로 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한 것일거야. 하고 경아는 생각했다. 하악! 경아는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이럴수가. 그렇다면 나는, 민 과장님이 나를 지켜보고
나의 팬티 안에 손을 넣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꿈인양 즐기고 있었단 말인가.
그러면서 나는 은근히 민 과장의 행위에 쾌감을 느끼고 있었단 말인가. 경아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경아는 자신의 아랫도리에 두손을 가져갔다. 꺄악! 경아는 소리를
지르려다 다시 얼른 입을 막았다. 팬티가 완전히 드러나 있었다. 그러고보니 자신의
하체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경아는 취했던 술이 완전히 깨면서 정신이 멍멍했다.
아아, 어떡하면 좋아. 민 과장님이 나의 은밀한 곳을 다 보고 있었단 말인가? 어멋
어떡해. 경아는 소스라치는 충격을 받으면서 다시 자신의 팬티 위에 손을 올리고
다리를 오므렸다. 그러던 경아는 다시 한 번 꺄악! 하고 소리를 지를뻔 했다. 자신의
팬티가 축축히 젖어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애액이 흘러
있었다. 엄마! 이렇게 쉽게 팬티가 젖어들다니. 어떡해! 경아는 얼른 스커트를 내리며
핸드백을 집어들었다. 경아는 황급히 핸드백을 열어 휴대용 티슈를 꺼내 팬티 안으로
가져갔다. 경아는 팬티를 닦고 자신의 은밀한 부분도 닦았다. 그러나 티슈는 금방
젖어들어버렸다. 경아는 다시 핸드백의 티슈를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 팬티와 음부를
훔쳤다. 그러나 경아는 알았다. 자신의 앙징맞도록 작은 팬티가 이미 너무 젖어
있다는 것을. 경아는 생각했다. 이렇게 젖은 팬티를 입고 집에까지 갈 수가 없어.
불결해. 아무래도 젖은 팬티를 그대로 입고 있으면 불편하고, 징그러운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같은 불결함을 느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경아는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민 과장님은 보이지 않았다. 이때야, 하고 경아는 얼른 팬티를 벗어 손으로 둘둘
말아서 핸드백에 깊숙히 쑤셔넣고 얼른 핸드백의 지퍼를 닫아버렸다. 경아는 자신의
가슴을 쓰다듬다가 다시 핸드백을 열어 손에 집히는 대로 티슈를 꺼내었다. 경아는
티슈를 자신의 그곳으로 가져가 다시 닦았다. 아아, 불결해. 이게 무슨 꼴이야. 이게.
경아는 황망히 닦고 또 닦았다. 그때 민 과장이 자동차로 걸어오고 있었다. 경아는
어쩔 줄을 몰랐다. 나 몰라, 나 어떡해. 경아는 가슴이 쿵쿵 뛰었다. 경아는 얼른
스커트를 내려 허벅지를 가렸다. 민 과장이 자동차의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이...... 일어났어?...... 정신없이 자고 있는 것 같...... 같았는데......" 민
과장은 말을 더듬었다. 경아의 얼굴을 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미스 리가 잠이
들어있었기에 자세한 것은 알 리가 없겠지만 스커트가 위로 올라가 있었을텐데.
놀라지는 않았을까. 혹시 자신의 어설프고 불결한 행동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야. 몰랐을거야. 미스 리가 조금만 더 자고 있었다면 나는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도 몰라. 아니 오히려 나는 미스 리가 계속 잠들어 있었으면 했어. 그래야
나는 마음 놓고 그녀를 건드려볼텐데. 분명히 그랬을텐데. "네, 제가 취했었나봐요.
못마시는 술을 너무 마셨던 것 같아요." 경아는 자세를 바로 세어 앉으며 차장 밖을
바라보았다. "그래. 미스 리가 오늘따라 술을 잘 마시더라구." 민 과장은 그제서야
웃으며 경아를 바라보았다. 미스 리가 역시 잠을 자고 있었던게 분명해. 내가 한
행동을 모르고 있었던거야. 민 과장은 안심이 되었다. 휴우, 다행이야. 경아는 모르는
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직 아무일도 없었는데 뭐. 지금 과장님을 잡고
흥분해보아야 뭐해. 술을 마시고 무방비 상태로 잠을 잔 내 잘못이지. 내가 몰랐던
것처럼 행동하는게 서로의 비밀을 덮어둘 수가 있는 최선의 방법임에 틀림없어.
그러나 경아는 자신의 오늘의 행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를 탐낸 과장님도 나쁘지만
내가 너무 과장님을 믿었던게 잘못이야. 역시 남자는 다 똑같애. 남자는 다
늑대라더니 틀린 말이 아니야. 하지만 이게 뭐야. 나의 팬티를, 나의 하체를, 나의
꽃잎을 적나라하게 다 보았을텐데. 아이 참 이게 뭐야. 이런 식으로 남자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어. 정말이지 나 이제 어떡해..... 아무리 요즘이 성개방의
시대라고 하지만 나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어. 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인데..... 그랬는데...... 경아는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민
과장이 느끼지 못하도록 간신히 억눌렀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지만 이 남자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 그렇게 된다면 나는 두 번 당하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척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돼. "과장님, 제가 자고 있는 모습
보기 흉했죠?" 경아는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래 이렇게
연기를 하는 거야. 그러면 과장님도 모르실 거야. 죄책감도 없어질 거구. "괜찮어.
미스 리 잠자는 모습은 너무 이뻤어." "어떻게요?" "음 침도 흘리지 않았고, 입을
벌리고 자지도 않았고......" 이제서야 민 과장은 말을 더듬지 않게 되었다. 미스
리가 전혀 모르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되었고, 죄책감도 수그러들었다. "아이 차암,
과장님은....." 경아는 곱게 눈을 흘기면서 민 과장의 팔을 때렸다. 완벽해, 나의
연기는. "이제 그만 돌아가요, 과장님" "그래야겠지?" "네, 오늘 즐거웠어요." 하고
경아는 말했다. 민 과장은 이제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 가슴 조이며 걱정을 하였는데
미스 리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보니 다행이야. 하지만 좋은 기회였는데.... 하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그래, 가야지. 자 그럼 출발합니다아." 민 과장은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잠시후 서서히 차를 움직여갔다. 경아는 자동차가 움직이면서 다시
낭패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물론 민 과장은 모르는 상태였지만. 조금전에 팬티를
벗고 자신의 꽃잎을 닦던 휴지를 미처 꺼내지 않은채 사타구니 사이에 그대로 두었던
것이다. 민 과장이 자동차에 다가오고 있어서 황급히 스커트를 내리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경아는 툴툴 말린 티슈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다리를
오므렸다. 젖은채 둘둘 말아져 있는 티슈는 경아의 꽃잎 사이에 그대로 있었다.
더군다나 팬티를 벗어내린 하체는 허전하기만 했다. 경아가 노팬티 차림으로 승용차를
탄 것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경아는 다리를 계속 오므리면서 스커트를 다리 사이로
끼웠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젖어있는 티슈는 언제 바닥으로 흘러내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경아는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경아는 이상하게도 야릇한
쾌감과 혼자만의 스릴을 느끼고 있었다. 아아, 창피하고 낯 뜨거운 일이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자동차의 움직임에 따라 티슈가 음부를 자극하면서 알 수 없는
야릇한 흥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남자와 성행위를 하면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일까. 경아는 핸드백으로 무릎 위를 가리고 있었다. 민 과장 모르게 티슈를
꺼내어야 하는데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경아는 계속해서 다리를 강하게
오므린채 참고 있었다. "미스 리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아, 아니에요. 과장님"
경아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민 과장은 경아를 아파트 입구까지 태워주었다. 승용차가
아파트 입구에 멈추었으나 경아는 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 승용차에서 내리기 위해
일어서면 티슈가 바닥에 떨어질텐데. 경아는 어찌해야 할지 몸둘바를 몰랐다.
그렇다고 민 과장이 보고 있는데서 스커트 아래로 손을 밀어넣어 그것을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 "미스 리, 다왔어. 내려야지?" "네? 아...... 네에" 경아는 대답을
하면서도 얼른 일어서지 않고 앞을 내다보았다. 속으로는 자신을 이런 궁지에 빠지게
한 민 과장을 경멸하고 있었다. 민 과장은 미스 리가 승용차에서 얼른 내리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왜 그러는 거지? 자동차의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나? 민과장은
운전석에서 내려 승용차의 앞으로 돌아갔다. 경아는 민 과장의 뒷보습이 보일 때 이
때다 싶어 얼른 스커트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 부분에 끼어져 있는 티슈를 꺼내
핸드백 안으로 재빠르게 집어넣었다. 민 과장은 그런 경아의 행동을 보지 못하였다.
민 과장이 승용차의 문을 열어주었다. 경아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연하게 차에서
내려섰다. "안녕히 가세요, 과장님" "그래. 미스 리도 잘들어가. 푹 쉬고 월요일에
보자구" 경아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민 과장은 경아가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 담배를 태워물며 승용차에 올랐다.

제15화: 심야극장에서의 썸씽·1

월요일 아침. 경아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시간 30분 전에 회사에 도착했다.
사무실에는 아직 아무도 나와있지 않았다. 경아는 핸드백에서 손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는 얼굴이어서 다시 화장을 할 필요는
없었다. 잠시후 민 과장이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었다. 경아는 민 과장과 시선이
마주쳤다. 민 과장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손을 들었다. 경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 뒤 얼른 고개를 돌렸다. 민 과장님은 그날의 일을 내가
전혀 모르는 것으로 알고있나봐. 근무시간이 시작되자 경아는 토요일 오후에 타이프한
기획안을 결재철에 넣어 박 대리에게 건네주었다. "박 대리님, 기획안 타이프 다
됐습니다" "아, 수고했어요 미스 리. 토요일날 늦게까지 작업했겠는데...." "네,
조금" "미안해서 어떡하지. 나 때문에 데이트도 못한 거 아닌가. 대신 내가 오늘
맛있는 거 사주지" 박 대리가 큰 소리로 말을 하며 경아에게 윙크를 하였다. 경아는
미소로 답례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박 대리가 경아에게 하는 말을 듣고 민
과장이 잠시 경아를 바라보았다. 경아는 민 과장의 시선을 의식하였지만 모른체
하였다. 그날의 업무가 끝나자 박 대리가 경아를 불렀다. 경아가 박 대리의 자리로
다가가자 박 대리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던지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미스
리, 오늘 약속 있어?" "아뇨, 왜 그러세요?" "그럼 잘됐군. 토요일의 빚도 있고 해서
내가 오늘 저녁살께. 어때요?" 경아는 미소를 지으며 망설였다. 그의 제의를 받아들일
것인가, 거절할 것인가에 대해서. 박 대리라면 사무실 내에서도 아가씨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는 인물이었다. 명문대학 경역학과 출신인 박 대리는 일미터 칠십육센티의
훤출한 키에 핸섬한 얼굴, 신사적이고 매너있는 청년이었다. 같은 사무실의
아가씨들은 그를 흠모하면서도 뒤에서는 그가 얼마전 회사를 그만둔 강은희와 섬씽이
있다는 둥 여자관계가 복잡하다는 둥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고 있었다. 그에
대한 좋지않은 소문들이 얼른 떠올랐지만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경아는
게의치 않기로 하였다. 박 대리는 경아의 미소를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더 이상
경아의 말을 듣지 않았다. 박 대리는 재빨리 쪽지에 무엇인가를 적어 경아에게
건네주었다. 경아는 다소 당혹스러움을 느끼며 박 대리가 준 쪽지를 손바닥 안에
움켜쥐고 자리로 돌아왔다. 무엇이라고 써놓은 것일까. 경아는 쪽지를 펼쳐보려다
아무래도 다른 직원들이 신경이 쓰여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의 변기에 걸터앉아
문을 닫은 다음 경아는 쪽지를 펼쳐보았다. '알테리베, 7시' 언젠가 직원들이 회식
장소로 사용한 적이 있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분위기나 실내악 등의 서비스는
좋았으나 가격이 비싼 편이어서 그 뒤로는 회사에서도 잘 이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때 화장실문이 열리면서 미스 강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게 정말이니?"
"그렇다니까아" 길게 늘어지는 미스 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박 대리가
강은희를 이용하고 버린 거라니? 아니면 강은희가 박 대리를 찬 거라니?" "그거야
모르지이 뭐. 하여간 두 사람이 굉장한 썸씽이 있어서 회사에서 둘 중에 한 사람은
그만두라고 했다나봐" "그렇다고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강요할 권리는 없잖아.
어디까지나 남녀간의 문제인데" "너 모르고 있었구나, 강은희가 사장님의
여자라니까아" "그럼 사장님도 강은희를 데리고 놀았다는거니" "그래애." "어머머
세상에 그렇게 깜쪽같이 우리를 속일 수가...." "다아 그렇고 그런거지 뭐어. 얘 얼른
들어가서 퇴근하자." 잠시 수돗물이 흐르는 소리, 손을 씻는 소리, 화장품 케이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다가 화장실문을 닫고 걸어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아는
양변기 위에 걸터앉은 채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의아했다. 박 대리가 강은희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니. 그렇다면 그동안 회사에서는 공공연히 소문이 퍼져 있었다는
얘기인데 왜 나는 몰랐을까. 경아는 박 대리의 핸섬한 외모와 예의바른 매너, 그리고
적당한 교양에 여성들이 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멀리서 박
대리를 지켜보면서 경아는 자신도 저런 정도의 남자라면 함께 식사를 해볼만한
값어치가 있지 않을까, 하고 자위해 보았었다. 경아는 약속 장소인 알테리베로
나갔다. 박 대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스 리, 여기야" 박 대리가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며 경아에게 손을 흔들었다. 실내를 두리번거리던 경아는 박 대리를 발견하고는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걸어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경아가 자리에 앉자 붉은 색
나비넥타이를 멘 웨이터가 다가와 허리를 숙여보인후 메뉴판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우리 뭘로 할까?" 박 대리는 사무실에서와는 달리 아예 경아에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경아는 그의 말투가 거슬렸지만 기분이 상할 정도는 아니었다. 경아는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망설여야 하는 것이 마뜩찮아 메뉴판을 박
대리 앞으로 내밀었다. "박 대리님이 좋아하시는 걸로 시켜주세요." 박 대리는
메뉴판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자신이 즐겨먹는 것이라며 알테리베의 정식을 시켰다.
웨이터가 인사를 하며 물러가자 박 대리는 경아를 바라보았다. "미스 리하고 이렇게
앉아 조용히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군" "어째서요?" "글쎄. 뭐랄까.
사무실에서이 미스 리는 회사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고 또 어쩐지 도도하게 보여서
감히 접근하기가 어려웠다고나 할까" 경아는 박 대리의 말을 듣고 웃었다.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오늘 사주시는 건 잘 먹겠어요.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러실 필요
없어요." "왜 나하고 함께 식사하는 게 싫어?" 박 대리는 다소 당황한 듯했다.
"그런게 아니라 여긴 너무 비싼데잖아요." 박 대리는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 듯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 경아는 그날 박 대리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박 대리는
경영수업을 쌓기 위해 현재 회사에 다니는 것이며 조만간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을
것이라는 것과, 장남인 자신에게 가족들이 결혼을 종용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아직 프로포즈할만큼 특별히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없다는 것 등이었다. 물론 만나는
여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결혼의 상대자는 될 수 없고 단지 서로 외로울 때
즐기기 위해서라는 말도 서슴없이 하였다. 결혼은 연애가 아니라 현실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경아는 박 대리의 자신있는 듯한 투의 말을 들으면서 상당히
놀랐지만 겉으로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회사에서의 성실하고 유능한 박 대리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그가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성의식까지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적지않게 놀란 것이다. "나는 남자든 여자든 결혼전에
연애를 많이 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야.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은 상대편을
볼 때 이성적이지 못하고 겉모습이나 조건만 보게 되거든. 그렇지만 나처럼 비교적
많은 여자를 사겨본 사람은 여자들과 몇마디만 대화를 나눠보면 그 여자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있거든. 그게 연애의 힘이야." "여자들은 자신의 순결에 대해서 많은
억압을 느끼고 있어.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성관계를 맺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서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허락해서는 안된다는 보수적인 고정관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지. 남자들도 마찬가지야. 결혼전에 자신들은 여자들과 관계를 가졌으면서도
자신의 여자만큼은 깨끗하고 순결한 여자이기를 바라는 이율배반적인 면을 가지고
있지. 도대체 이런 모순이 어디있어. 왜 혼전의 순결을 지켜야만 해? 너무
거추장스럽잖아. 그러면 여자들은 평생 한 남자와만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거야?
이건 너무 혹독한 일이라구. 여자들도 많은 남자들과 관계를 가져봐야 결혼후에
남편과의 잠자리에서도 제대로 테크닉을 발휘해 서로 만족을 느낄 수가 있다구.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성행위는 부부관계라는 굴레에서 오는 의무감 때문이지 그것이
진정한 애정표현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서로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성행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물론.... 부도덕적인 성행위는
곤란하겠지만" 경아는 박 대리의 달변에 놀랐고, 성의식에 있어서 의외로 개방적인
가치관을 지닌 그에게 또다시 놀랐다. 경아는 박 대리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경아는
할 말을 잃고 박 대리를 바라보았다. "미스 리. 놀랐지?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거에
대해서. 회사에서도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다는 거 나 잘 알아.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한심한 사람들이야. 자기들도 속으로는 연애를 하고
싶으면서도 하지 못하니까 괜히 다른 사람의 연애에 대해서 쑥덕거리고 있는 거라고.
자기 자신들이 사랑을 하고 있어봐. 그런 말을 할 여유가 어디있겠어?" 식사가 모두
끝나자 박 대리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 그만
일어설까?" 박 대리가 카드로 계산을 하고 있는 동안 경아는 밖으로 나왔다. 거리에는
어느 사이에 어둠이 깔려 있었다. 경아는 박 대리의 옆을 걸었다. 지하철 입구에
다다르자 박 대리는 아쉽다는 듯 경아를 잡았다. "미스 리, 괜찮으면 우리 2차 갈까?"
경아는 박 대리와 그만 헤어지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왠일인지 발길이 무거움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2차라면?" "술이나..." 그러나 경아는 박 대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저으며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지난 토요일 민 과장과의 악몽이 되살아났기
때문이었다. "저는 술은 싫어요" "그럼 영화나 볼까" "이 시간에 영화를 볼 수
있을까요?" "됐어. 그럼 걱정하지 말고 나를 따라와" 박 대리가 들어간 곳은 강남의
심야극장이었다. 성인전용 극장이라는 간판이 입구에 세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대부분
포르노용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경아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제16화: 심야극장에서의 썸씽·2

경아는 심야극장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들어와보기는
처음이었다. 경아는 박 대리의 뒤를 따라 극장의 객석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5백석 정도의 소형극장이었다. 극장 내부에 들어가자 상영시간이 거의 다 되었는데도
관객들이 앉아있는 자리보다 비어있는 자리가 훨씬 더 많았다. 경아는 박 대리가
이끄는 대로 객석 뒤의 빈자리에 앉았다. 경아는 이런 곳에 어떤 사람들이 들어오나
궁금했다. 객석 곳곳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뒷모습만 보여 잘 알아볼 수 없었지만
대부분이 남녀가 쌍쌍이 앉아있는 듯했고, 몇몇 자리에만 남자 혼자 앉아있는 자리도
있었다. 의자는 편안하였고 등받이가 높아서 뒤에서 앞자리 사람들의 머리 끝부분만
겨우 보일 정도였다. 잠시후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의 제목은 '섹스, 섹스,
섹스'였다. 처음 들어보는 제목이었고 외국영화였지만 경아는 제목이 좀 천박스럽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영화는 제목보다 더 천박스러웠다. 특별한 상황설정도 없이
영화는 시종일관 섹스행위의 묘사에만 치중되고 있었다. 3류 포르노 비디오를 보는
거에 불과했다. 경아는 영화에 서서히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괜히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런 영화를 함께 보자고 한 박 대리의 저의가
의심스러웠다. 경아는 옆자리의 박 대리를 흘끗 훔쳐보았다. 그는 스크린에 몰두하고
있었다. 경아는 영화를 그만 보고 나가자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렇게 낯 뜨거운
영화를 그와 함께 본다는 것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너무 진지하게 영화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경아는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와는 처음 데이트(?)를 한
것이었고, 영화관에도 처음 들어온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경아는 보기 싫은
영화였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경아는 하는 수
없이 다시 영화를 계속 보았다. 그러나 역시 영화에는 아무런 흥미도 일어나지 않았고
불편하기만 했다. 헉헉거리는 거친 숨소리와, 항문을 이용한 변태적인 섹스, 여성과
여성이 하는 동성애, 두명의 여자와 한명의 남자가 하는 집단섹스, 땀에 젖은
여배우의 얼굴, 게슴츠레하게 뜬눈 ....... 경아는 더 이상 영화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경아는 눈을 감았다. 경아는 애써 잠을 청했다. 이런 정도의 천박한 영화라면
잠을 자도 되겠지. 그것이 함께 들어온 박 대리에게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아니겠지. 그러나 잠이 올 리가 없었다. 여배우의 뜨거운 숨소리와 남자 배우의 거친
숨소리가 영화관을 가득 울리고 있었다. 눈을 감고 그런 신음소리를 듣자니 벌레가
자신의 몸에 기어오르는 것만 같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경아는 그러나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견디기 어려웠고 당혹스러었지만 그래도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어서 빨리 영화가 끝나주었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경아를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일이 일어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있는 경아에게 박 대리가 접근을 해온 것이었다. 박 대리의 손이 경아의 가슴에
슬쩍 와 닿은 것이었다. 어멋!경아는 섬칫하며 박 대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박
대리의 시선은 계속 스크린을 향하고 있었다. 경아는 자리가 불편해 박 대리가 몸을
옆으로 돌리면서 부딪친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박 대리의 손이 다시 경아의 가슴을
툭 치는 듯했다. 경아는 또 다시 흠칫 놀랐지만 가만히 있었다. 박 대리님이 자리가
많이 불편한가봐. 그래서 실수로 그런 것이겠지.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경아는
자신의 가슴에 박 대리의 손이 와닿는 것을 느꼈다. 경아는 몸을 움츠렸다. 그러자 박
대리의 손이 경아의 움직임을 따라왔다. 손으로 경아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박
대리의 손의 움직임이 더욱 분명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경아는 이 남자가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경아는 박 대리의 팔을 아래로 밀어내렸다.
그러자 박 대리는 이번에는 경아의 스커트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경아는 박 대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스크린을 향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비쳐진 그의
얼굴은 영화에 몰두하고 있는 듯이 천연덕스런 모습이었다. 경아는 다리를 움츠렸다.
이번에는 박 대리의 손이 경아의 허벅지를 주무르고 있었다. 경아는 엉덩이를 들어 박
대리의 반대편 자리로 몸을 틀었다. 그러나 공간이 너무 좁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박 대리의 손이 경아의 허벅지에서 스커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헉!"
경아는 박 대리의 손을 잡았다. 잠시 멈추었던 박 대리의 손은 그러나 곧 경아의 팬티
위를 더듬고 있었다. "어멋!" 경아는 낮게 신음소리를 냈다. 박 대리의 손이 경아의
둔덕 위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경아는 다리를 오므리며 하체를 부르를 떨었다. 박
대리의 손은 집요했다. 경아가 다리를 오므리자 박 대리의 손은 경아의 사타구니
사이에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박 대리는 손가락 끝을 꼼지락거리며 경아의 팬티
라인 안으로 밀어넣었다. 경아는 다시 사타구니에 힘을 주었다. 박 대리의 손이
조여들기 시작하였다. 경아가 다리에 힘을 준 것은 박 대리의 손동작에 조금씩 흥분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아는 몸을 틀었다. 드디어 박 대리의 손이 경아의 팬티
안으로 들어오면서 사타구니 사이의 맨살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경아는 이제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러지 마세요!" 경아는 박 대리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가만있어. 미스 리." 경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경아와 박 대리가 앉아있는 좌석
줄에는 다른 사람들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박 대리는 계속해서 손가락 끝을
뻗어 경아의 치모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헉!..... 왜, 왜 이러세요." "미스의
리이이.... 으으음..... 사.... 사랑해." 순간 경아는 다시 하체를 강하게 오므렸다.
경아는 곧 엉덩이를 들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럴수가. 나에게 이런 일이.
엄마아. 경아는 놀랍고 무서워 어깨를 움츠렸다. 불과 이틀 사이에 민 과장과 박
대리가 번갈아가며 차례로 나를 건드리다니. 헉! 경아는 숨이 막혔다. 박 대리의
손놀림은 멈추지를 않았다. 경아는 치를 떨었다. 경아는 울고 싶었다. 나는 절대
엄마처럼 살지는 않을거야. 나는 엄마처럼...... 경아는 엄마 생각이 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러지 마세요. 박 대리님." "괜찮아. 조금만 참아, 내가 즐겁게
해줄게 미스 리" "나 소리지를 거예요" 경아는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경고를 했다.
박 대리는 그러나 그녀가 소리를 지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지 치모를
만지작거리던 손가락에 힘을 주어 음부를 건드렸다. 박 대리의 손이 경아의 꽃잎에
얹어졌다. 경아는 드디어 무서움에 벌벌 몸을 떨었다. 경아는 서서히 흥분이 되고
있는 자신을 느끼면서 동시에 그러한 자신에 대한 불결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아흑!
경아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핸드백으로 박 대리의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나쁜 자식!"
퍽! 무방비 상태로 머리를 맞은 박 대리가 옆자리로 쓰러졌다. 경아는 울면서
영화관을 뛰쳐나왔다. "미스 리! 미스 리! 이경아!" 뒤에서 박 대리가 다급하게
외치며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경아는 거리로 달려나왔다. 사람들이 경아를
힐끗힐끗 훔쳐보고 있었다. 경아는 엉엉 울며 어디론가 목적지도 없이 막무가내로
뛰어갔다. 그날 경아는 어깨를 들썩이며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찌할 줄
몰랐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난단 말인가. 왜 나에게.... 경아는 그날
저녁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경아는 이튿 날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신열을 앓듯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고 간밤에 한잠도 자지 못했던 경아는 간혹 헛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튿날 저녁 경아는 최창윤 선생님의 댁으로 전화를 걸었다.

제17화: 무서워요!!! 과장님 1

전화는 최창윤 선생님이 직접 받았다. 경아는 직접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다. "여보세요" "선생니임......" "이 녀석 경아구나. 이경아 맞지?" "......."
경아는 울컥 울음이 쏟아지려는 것을 억지로 삼키고 있었다. 선생님과 뭐라고
한마디만 이야기를 나누면 곧바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경아야, 이경아!"
"....." "경아야, 너 무슨 일 있었구나 그렇지?" "아니에요, 선생님 갑자기 선생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경아야, 나는 안봐도 네 목소리만 들으면 네마음
다 안다. 너 직장생활이 힘든거니? 아니면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거니?" "선생님
죄송해요. 좋은 일로 전화를 드리지 못해서......" "이 녀석 그런 소리하지 마라.
어려운 일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상의하고 그러라고 하지 않았느냐? 너하고 나 사이에
뭐가 어려울게 있니? 듣고 있니 경아야?" "네 선생님" "왜 직장일이 힘드니?" "선생님
사는게 힘들어요." "이녀석! 제 뜻대로 안되는게 세상살이다. 힘든가보구나. 경아야
우리 한 번 만날까?" "아 아녜요, 선생님. 선생님 목소리 들었으니 이만......"
"경아야! 경아야! 전화 끊지 말아라." "네..... 선생님." "경아야, 나는 네가 다시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아직도 늦지 않았어. 네 머리로라면 지금 공부해도 충분히
좋은 학교에 들어갈 수 있어. 네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도전해봐. 경아야"
"선생님 죄송해요. 다시 또 연락드릴께요" 경아는 선생님의 말씀을 더 이상 듣고
있으면 울음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경아에게는 위안이 되었다. 며칠 후 경아는 민과장의 아내가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회사의 동료들과 함께 병원 영안실로 조문을 갔다. 물론
박 대리도 끼어있었다. 영안실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경아는 박 대리가 차를
태워주겠다는 것을 거절하고 지하철을 이용하였다. 지난 번 극장에서의 그 일이
있고부터 경아는 박 대리를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징그러웠다. 회사에서의
매너있고, 능력있는 사원인 그가 어두운 곳에서는 자신을 농락하려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지만 현실이었다. 그후 경아는 회사에서의 몸가짐에 주의를
하면서 업무에 충실했다. 경아의 능력은 사원들에게도 인정받을 만큼 성실하고
부지런했으며 창의력도 뛰어났다. 그러나 박 대리와 심야극장에서의 사건이 있고부터
세 달후 경아에게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어느 토요일 오후 경아는
퇴근후 민 과장과 자리를 함께 하였다. 상처한 슬픔을 말끔히 씻은 민 과장은 이제
완전한 홀몸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민 과장은 재혼을 위하여 몇군데 맞선을 보았다고
한다. 경아는 그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스 리와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 하는 것 같네" "그래요 과장님!" "좋아, 오늘 미스 리와 데이트를 하고 싶은데
괜찮아?" 경아는 생각했다. 몇 개월 전에 민 과장과 야외에서 있었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 떠올랐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 이젠 유부남도 아닌 혼자 사는 남자인데
뭐. 요즘 과장님의 생활은 무척 외로울 거야. 오늘 하루쯤 내가 그의 빈 자리를
메워주는 것도 괜찮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좋아요. 과장님,
오늘 즐겁게 해주세요." 경아의 말에 민 과장은 밝은 표정을 지었다. 경아와 민
과장은 서울을 벗어나 경춘가도를 달려 어느 작은 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벗어난 서울이라 상쾌하고 즐거웠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민 과장은
웃으며 물었다. "미스 리는 남자친구 없어?" "네" "저런, 이렇게 예쁜 미스 리를
아직까지 남자들이 가만두었단 말이야. 눈들이 삐었군." "놀리시면 싫어요, 과장님!"
"허허, 그래 알았어. 우리 오늘 마음껏 마시고 놀까?" "네" "뭐할까?" "음..... 우리
춤추러 가요. 마음껏 흔들고 싶어요." 경아는 호텔에 들어오면서 나이트클럽의 조명이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었다. "오케이. 미스리와 함께 춤을!" 민 과장은 경아의 제의를
반겼다. 두 사람은 지하의 나이트클럽으로 들어가 양주를 시키고 곧바로 무대로
뛰어올라가 춤을 추었다. 학교 시절부터 경아는 춤을 잘 추기로 소문이 났었다.
경아는 스커트를 흔들며 정열적으로 디스코를 추었다. 민 과장의 춤도 그런대로
볼만한 춤이었다. 젊은 시절에 꽤나 춤추러 다녔을 것같은 춤솜씨였다. 얼마나 몸을
흔들어대었을까. 경아는 숨이 차서 자리로 돌아왔다. "와아, 미스 리 춤솜씨
대단한데!" 민 과장이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으면서 경아를 바라보았다. 경아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 민 과장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과장님도 보통이
아니신데요 뭐" "허허 그런가? 자, 건배" 경아는 민 과장과 잔을 부딪쳤다. 양주를
많이 마셔보지 않았던 경아는 이렇게 오랜만에 마셔보는 양주의 독한 알코올이 목을
타고 몸 속으로 흘러내리는 느낌이 좋았다. "카아!" 민 과장과 경아는 동시에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민 과장은
다시 자신의 잔과 경아의 잔에 양주를 따루었고, 경아는 오늘 이상하게 술이 잘
넘어간다고 생각을 하면서 양주잔을 비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경아는 서서히
눈꺼풀이 감기면서 고개가 아래로 떨어지고는 했다. 아무래도 양주를 너무 마셨던게
탈이었나 보다. 내가 왜 이러지. 잠이 쏟아지는데, 자꾸 자꾸.... 그러면서 경아는
의식을 잃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경아는 자신의 몸이 무겁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몸을 틀어보았지만 틀어지지 않았다. 무거운 무엇인가가
자신의 몸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경아는 이상한 예감에 눈을 떴다.
"어맛!" 경아는 비명을 질렀다. 역시 꿈이 아니었다. 민 과장이 알몸으로 자신의
몸위에 올라와 뜨거운 입김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악!" 경아는 또다시 놀라 소리를
질렀다. 자신도 알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아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아아,
경아는 절망하였다. 자신이 침대에 누워있으며 이곳은 분명 호텔 객실임에
틀림없었다. "아아악!" 벌떡 몸을 일으키던 경아는 그만 질끈 눈을 감고 다시 침대에
누워버렸다. 민 과장의 벌거벗은 하체, 그 은밀한 곳의 검은 숲을 보았던 것이다.
경아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난생 처음 본 남자의 물건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검은 숲 사이의 그것은 무척이나 크게 느껴졌다. 저렇게, 저렇게 큰 것이었단 말인가.
남자들의 물건은.... 그러면서도 경아는 무서웠다. "과..... 과장님!" 경아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민 과장이 경아의 위에 올라와있어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미스
리!" 아직 술이 깨지 않은 경아는 불이 켜져서 환하게 밝은 방안의 모습에 더욱
놀랐다. "과.. 과장님 왜.. 왜 이러세요. 무.. 무서워요!" 경아는 다시 몸부림을
치면서 허리를 세우려고 했지만 민 과장이 경아의 어깨를 억누르고 있었다. "미스
리!" "안돼요. 이러지마세요" "......" 경아의 외침에도 민 과장은 말이 없었다. "불
좀 꺼주세요" 경아는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우선 방안의 불부터 끄고 얼른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경아의 말에 민 과장은 팔을 뻗어 침대 위의
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방안이 순식간에 깊은 어둠속으로 빠져들었다.

제18화: 무서워요!!! 과장님 2

경아는 순간 민 과장을 밀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옷을 입고 얼른 객실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였다. 아니면 인터폰으로 호텔측에 구원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경아만의 생각이었다. 경아에 의해 침대 밖으로 떨어진 민 과장은 몸을 일으키는
경아를 다시 쓰러뜨리고 경아의 위에 올라왔다. "헉! 왜 이러세요. 이러지 마세요"
"미스 리! 미안해 도저히 참을 수 없었어." "안돼요 과장님 이러시면 안돼요. 저 좀
내보내주세요." "미스 리! 미스 리도 나 좋아하잖아. 그러지마 응?" 민 과장은 경아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저 소리 지를 거예요" 경아의 거센 반항에도 불구하고 민
과장은 어느 새 손을 아래로 내려 경아의 동굴을 더듬고 있었다. 남자의 손이 자신의
은밀한 곳에닿자 경아는 "엄마!" 하며 다리를 꼬면서 몸을 틀었다. 그러나 경아는
남자의 완력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뜨거운 무엇이 경아의 사타구니 사이를 두드리고
있었다. 민 과장이 경아의 다리를 벌리며 자신의 심벌을 경아의 가랑이 사이에 비집고
들어왔다. 경아는 무서웠다. 순간 경아는 다시 민 과장의 허리를 두 손으로 밀어내며
소리를 질렀다. "이건 안돼요. 안돼. 이럴수는 없어!" "허헙! 허억!" 경아는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그동안 고이 간직해오고 있던 자신의 순결을 이렇게 갑자기
빼앗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맡기고 싶었던
경아였다. 그런데 이렇게 원치 않는 순간에, 뜻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신을 내맡길
수는 없어. 경아는 몇 개월전 자동차에서의 일을 생각해냈다. 맞아, 그때도 이 사람이
나를 의도적으로 야외로 데려갔고, 내가 잠든 사이에 나를 훔쳐본 거야. 아아! 이를
어떡해! "하아! 학!" 민 과장은 숨을 헉헉거리고 있었다. 민 과장의 몸은 이미
뜨거워져 있었다. 경아는 난생 처음 벌가벗은 알몸으로 벌거벗은 남자의 아래에
누워있는 자신이 치욕스럽게 느껴졌다. "안돼요. 흐흑흑!.... 흑흑!" 경아는 마침내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미스 리, 미안해!" 민 과장은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 손으로는 경아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민 과장의 손이 경아의 가랑이와 허리,
젖가슴을 부드럽게 감씨고 있었다. 경아의 다리는 민 과장의 완력에 의해 벌려진채로
눌려있었으며 벌벌 몸을 떨던 경아는 아무리 몸부림을 쳐보았지만 남자를 물리칠 수는
없었다. 이제 경아에게는 민 과장이 상사이기 이전에 남자로서 느껴졌다. 경아의
마음과는 달리 남자의 몸이 자신에게 와 닿자 경아의 몸에도 변화가 일고 있었다.
원치 않는 일이었지만 경아의 몸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돼. 내기
이렇게 허물어질 수는 없어. 어떻게든 이 봉변에서 벗어나야 해. 경아는 다시 몸을
일으키기 위해 허리를 세웠다. 순간 남자의 두손이 경아의 어깨를 짓눌렀다. 남자의
입이 경아의 입술에 닿았다. 경아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남자는 경아의
뺨을 핥았다. 아아, 이건 아니야, 이건 안돼. 남자의 입에서 솟아나오는 뜨거운
입김이 경아의 귓속을 파고 들었다. 역거운 것이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경아는
고개를 흔들며 두 다리를 세워보려고 몸부림을 쳐보았지만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경아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아악!......" 경아의 고함소리를 듣고 누군가가
구원해주었으면 하는 심정과 슬픔, 분노가 어우러진 비명소리였다. 순간 남자의 손이
경아의 입을 틀어 막았다. 경아는 다시 세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무엇인가가
경아의 몸안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오고 있었다. 경아는 눈을 부릅 떴다. 온몸이
바르르 떨리면서 공포가 엄습해왔다. "아악! 엄마아!" 남자의 뜨거운 몸이 경아의
몸을 헤집으며 깊이깊이 들어오고 있었다. 경아는 연신 몸부림을 쳐보았지만 남자의
몸은 밖으로 빠져 나갔다가 다시 경아의 몸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경아의 동굴은
이미 젖어있었다. 경아의 동굴안에 다 들어온 남자의 몸은 경아를 더 이상 꼼짝하지
못하게 했다. 순간 경아는 남자의 어깨를 밀어내던 두손을 침대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더 이상 몸부림을 칠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 이러면 안돼....." 남자는 말이
없었다. 남자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아는 강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경아의 몸은 뜨거워지고 있었다. "헉!" 남자는 연신 경아의
몸위에서 허리를 아래위로 움직여가고 있었다. 남자의 그것이 경아의 클리토리스를
건드리고 있었다. 경아는 통증과 놀라움과 쾌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경아는
엉덩이를 흔들었다. "허억! 이건 아니야, 이건.....안돼! 안돼!"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경아는 하체의 아픔을 견딜 수가 없어 남자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남자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경아는 서서히 신음소리를 높여갔다. 자신도
모르게 솟아나오는 신음소리였다. "하아!....학!..... 하악!...." 경아는 자신의
하체에 애액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아아! 나 미칠 것만 같아. 하아!....
나 죽을 것만 같아요....." "조금만 참아! 조금만. 곧 괜찮을거야" "그만!
그만하세요. 그마안! 나 죽을 것만 같다니까....죽을 것만 같애!" "...." "무서워요!
무서워요!" 그러나 경아는 눈을 감고 말았다. 경아는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경아는 엉덩이를 위로 들어올렸다 내리고 옆으로 흔들고...... 남자가 자신의
동굴안에 사정을 하고 있었다. 경아는 손톱을 세워 남자의 등을 할켰다. 남자의 몸은
아직도 경아의 몸속에 있었다. 경아는 남자의 등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학 하아아!
하아!" 경아는 남자를 옆으로 밀어내었다. 남자는 경아의 옆에 쓰러져 누우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경아도 뜨겁게 달구어진 호흡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하아,
하..... 하아........ 경아는 더 이상의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난생 처음 남자의
몸을 받아들인 경아는 세상이 아득히 멀어지면서 땅속으로 땅속으로 깊이 깊이
빠져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살아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남자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고, 경아는 몸을 일으켰다. 머리 맡의 티슈박스에서 한움큼
티슈를 꺼낸 경아는 자신의 아랫도리를 닦으려고 시선을 가져갔다. 가랑이 사이가
젖어있는 것이 불결하게 느껴지고 있던 차였다. 헉! 경아는 그러나 자신의 그곳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침대 아래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경아는 얼른 티슈로
그곳을 가렸다. 경아는 아예 티슈 박스를 들고 손에 잡히는 대로 티슈를 꺼내 그곳을
가렸다. 아직도 아랫도리가 따끔따끔하게 쓰려왔다. 통증이 채 가시지 않았다. 남자가
경아의 어깨를 잡으며 몸을 눕혔다. 경아는 남자의 팔을 베고 침대에 누운 상태가
되었다. 경아는 남자의 팔을 뺐다. 경아는 다시 주루룩 눈물이 흘러내렸다. 소리없는
눈물이었지만 한 번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자 끝없이 눈물이 솟아나왔다. 경아는
어깨를 들먹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남자는 다시 경아의 어깨 밑으로 손을
밀어넣으며 경아를 품에 안았다. 경아는 남자의 품에 안기며 가만히 있었다. 눈물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남자는 오래도록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미안 해, 미스
리! 처음인 줄 몰랐어" 남자는 몹시 당황하고 있는 듯했지만 무책임한 말이었다. 계속
어깨를 들썩이던 경아는 말했다. "이게 뭐에요. 이게!" 남자는 경아의 어깨를
껴안아주었다. 경아는 남자의 품에 안겨 호흡을 조절하고 있었다. 새근새근거리는
경아의 숨소리가 남자에게는 듣기가 좋았다. "미스 리, 사랑해" 경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남자의 가슴을 밀어냈다. "사랑이라구요?" 남자의 말이 역겨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아닌가. "지난번 야외로 나갔을때 자동차에서
그랬던 것도 의도적이었죠?" 남자는 깜짝 놀랐다. "미스 리.... 그럼 그때 그걸 다
알고 있었단 말이야?" 경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를 눈이 뚫어지도록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제19화: 7일간의 섹스·1

그날 경아는 민 과장이 집에까지 태워주겠다는 것을 뿌리치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경아는 하체의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경아는 어떻게든 민 과장이 있는 곳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있는 곳에서 한걸음이라도 더 멀리 달아나고 싶었다.
경아는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지나가는 승용차를
무조건 세워 올라타고 버스를 갈아탔다는 것이 경아의 기억의 전부였다. 승용차
주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는지, 버스요금을 내었는지 안내었는지 조차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그날 밤을 뜬눈으로 새우다시피한 경아는 회사에서 민 과장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보았다. 이제 그를 상사로만 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에게 무관심한척 할 수도 없을 것같았다. 자칫하면 그는
경아에게 계속 추근댈지도 모를 일이었다. 경아는 밤을 새우면서 그에게 허점을
보였던 자신을 원망도 해보았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미
경아는 남자를 받아들인 몸이 되고 말았다. 경아는 끓어오르는 슬픔과 분노로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나는 절대 엄마처럼 이 남자 저 남자의 품에 안기는 일 따위는 결코
하지 않겠다고 맹세해왔는데.... 그것이 이렇게 무산될 줄이야. 경아는 죽음을
생각해보았다. 이렇게 살아서 뭣해. 죽어버리자. 이러다가 나마저 엄마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돼? 사무실에 나가서 처녀인
척, 아무런 일도 없었던 척 해야 해? 아아, 민 과장님은, 아니 그 인간은 또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음 날 경아는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지각조차 하지 않았던 경아에게는 처음있는 일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출근시간이
되어 화장실에 들어가 세면을 하던 경아는 그만 다시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워버렸다. 도저히 회사에서 그의 얼굴을 마주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오전에
회사에서 전화가 왔지만 경아는 받지 않았다. 엄마를 시켜 몸이 안좋다고만 말을
하였다. 엄마는 경아의 말대로 회사에서 온 전화를 받고 그렇게 말을 하였지만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의 전화를 끊고 나서 엄마는 경아에게
다가왔다. "경아야, 너 무슨 일 있었니? 회사에 그렇게 착실하게 나가던 애가
왠일이냐? 어디 아프니?" 경아 엄마는 경아의 이불을 걷으며 경아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이거 놔아!" 순간 경아는 엄마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엄마는 깜짝 놀라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아니 얘, 너 도대체 왜 그러냐? 응? 무슨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구나. 그렇지?" 경아는 고개를 돌렸다. "아무 일도 아니야, 엄마" 엄마는 다시
경아의 머리에 손을 짚었다. "어디 아픈 것 같지는 않은데?" "엄마! 이러지 마. 제발
좀 나가줘!" 경아는 갑자기 엄마가 싫어졌다. 엄마가 불결하게 여겨졌고, 그런 엄마의
생활을 잘 알고 있는 경아는 자신도 엄마처럼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그래서 괜히 엄마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오래도록 말이 없던
엄마는 경아에게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던지 방을 나가면서 말했다.
"경아야, 엄마 좀 나갔다올테니 식사해! 그리고 엄마랑은 이따 저녁에 다시 이야기
하자꾸나." 엄마가 나가면서 방문을 닫는 소리가 들리자 경아는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어쓰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다. 경아는 주루룩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경아는 가만히 있었다. 민
과장의 전화가 온 것은 얼마 뒤였다. 몇번에 걸친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지만
경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벨소리는 끊겼다가 다시 울리고 끊겼다가 다시
울리곤 하였다. 전화벨 소리가 성가셔서 경아는 전화기 코드를 빼버리려고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수화기를 들고 "네" 하고 말았다. "미스 리, 나야 민 과장" "....."
경아는 그의 전화를 받자 소름이 끼쳤다. 경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 과장이
다급하게 경아를 불렀다. "미스 리, 전화 끊지마. 나 지금 미스 리 집 앞에 와있어.
기다리고 있을게. 좀 나와" "......" 경아는 기가 막혔다. 이 남자가 무슨 염치로
우리집까지 찾아왔단 말인가. 경아는 그의 얼굴을 보고싶지도 않았다. "무슨
일이세요? 저는 할 말이 없어요" "미스 리, 미안해. 잠깐만 시간 좀 내줘!" 민 과장은
다급하게 경아에게 말했다. 그러나 경아의 생각에는 변화가 없었다. "돌아가세요.
나가지 않을 거예요." "미스 리. 그럼 문 좀 열어줘! 내가 들어갈게. 아니면 문을
부셔서라도 들어갈 거야." 경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이 남자는 뭘 믿고
이렇게 나오는 걸까. 시계를 보니 12시 30분.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사무실에서
빠져나온 것일까. 경아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래, 어차피 한 번은 부딪쳐야 할
사람이야. 만나자. 만나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알았어요. 지금 나갈께요."
경아는 대충 옷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민 과장의 차는 골목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경아가 다가가자 민 과장은 빵빵 클렉션을 울리며 차에 타라는 손짓을 하였다. 경아는
잠시 망설이다 차에 올랐다. 민 과장은 자동차를 몰아 경아의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한낮의 텅빈 놀이터 앞에 자동차를 세웠다. 경아와 민과장은 차에서 내려
놀이터의 벤치에 앉았다. "미스 리. 걱정돼서 왔어. 어디 아퍼?" 경아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디 아프냐구? 나에게 할 말이 이것
밖에 없는 것일까? 이 남자는. "아녜요. 그래서 일부러 오신 건가요?" "미스 리. 그날
놀랐어. 미스 리가 아직 처녀라는 것에" 경아는 갑자기 그가 불결해지기 시작했다.
놀라다니. 처녀가 처녀인 것에 놀라다니. 그렇다면 내가 남자 경험이라도 있는 것으로
알고 나를 겁탈했단 말인가. 경아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서서히 분노와 적개심이
일기 시작했다. "미안해 미스 리. 나 미스 리 사랑해. 우리 앞으로 잘 지내자구 응?"
"......" 앞으로 잘 지내자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이 남자는 내가 마치 자기
여자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겨우 그말 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오신
건가요?" 민 과장은 경아의 기습적인 질문에 다소 당황하면서 허허 하고 웃었다.
"미스 리, 왜 그래. 화났어?" "......" 경아는 민 과장의 너스래에 더욱 경멸과
분노가 솟구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민 과장은 경아 가까이 다가앉으며 경아의 손을
잡았다. "그날 어땠어? 좋았어?" 경아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민 과장의 따귀를 올려붙였다. 민 과장은 느닷없는 경아의 행동에 놀라며
자신의 뺨으로 손을 가져갔다. 경아는 놀이터를 빠져나왔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있다가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저지를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미스 리! 미스
리!" 민 과장이 다급하게 경아를 불렀지만 경아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제20화: 7일간의 섹스·2

그 다음 날도 경아는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엄마가 경아에게 이것저것 캐 물었지만
경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불만 덮어쓴채 누워 있었다. 이틀째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아는 얼굴이 몰라보게 핼쓱해져 있었다. 박 대리가 찾아온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박 대리는 경아의 엄아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한후 경아의 방에 들어왔다.
"미스 리. 아니 이경아씨! 많이 아퍼?" "오셨어요?" 경아는 그의 방문이 반갑지
않았지만 마지못해 인사를 받아주었다. "걱정돼서 왔어." "고마워요. 안오셔도
되는데...." "아니야, 지난번 일 사과도 할겸 해서 왔어. 그때 미안했어. 내가 잘못한
거야. 용서해줘." "?" "나는 그만 경아씨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한 행동이야. 내
진심이야." 경아는 그제서야 심야극장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그날 많이 놀랐지?" "......" 경아는 대답 대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송구스러움의 빛이 역력했다. "경아씨, 나 용서해줄 수
있어?" 경아는 그의 입에서 경아씨라는 말을 듣자 다소 위안이 되었다. 회사에서는
이름도 없이 미스 리로만 통했는데 그에게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경아는 그만 그의
말 한마디에 그동안 그에게 품었던 적개심이 풀어졌다. 경아와 박 대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경아는 마른 침을 삼키며 물었다. 경아는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저 사랑하세요? 아니면 여자를
원하세요?" 당돌하면서도 기습적인 질문이었다. "경아씨. 내가 경아씨라고 부르는 건
경아씨에 대한 호감의 표시야. 나 사랑해!" 경아는 웃었다. 이 남자가 지금
삼류연극을 하고 있는 것일까. 경아는 그날의 일 때문에 그에게 아직도 역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나......얼마나 사랑하는데요?" 경아는 물었다. 박 대리의
시선이 경아를 뚫어지도록 응시하고 있었다. 경아는 생각했다. 이 남자가 어쩌면
정말로 나를 좋아하고 있는지도 몰라. 아아, 하지만 안돼. 나는 이제 그의 여자가 될
수는 없어. 누구의 여자도 될 수가 없어. "경아씨! 내 마음 몰라주겠어?"
"돌아가세요. 미안해요. 저는 지금 누구의 사랑도 원치 않아요. 혼자 있고 싶어요."
경아는 돌아누우며 이불을 덮어썼다. "경아씨! 그래 푹 쉬어. 그런 다음 이야기해.
회사에서 만나." 박 대리가 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 날 경아는 회사에
나갔다. 몸이 많이 아팠던가 보군, 어머, 미스 리 얼굴이 헬쓱해졌다. 어디 아팠어?
미스 리가 이렇게 결근을 하니 사무실이 텅 빈 것 같더군..... 하는 동료들의 위안을
미소로 받으며 경아는 조용히 그날 하루 근무를 했다. 그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경아는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다음에야 회사를 나왔다. 회사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경아에게 승용차 한 대가 다가왔다. 민 과장의 차였다. 경아는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민 과장이 차에서 내려 경아에게 다가왔다. "미스 리, 타!" "혼자 가겠어요." "그러지
말고 차에 타!" 민 과장이 경아의 팔을 잡았다. 경아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이 손
놓으세요" "미스 리! 하고싶은 말이 있어." 민 과장은 하는 수 없다는 듯 경아를
강제로 자신의 차에 태웠다. 경아는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그의 힘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좀 더 버팅겨보거나 소리를 지르면 차에 타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민 과장의 차는 어느 사이에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경아는 묻지 않았다. 이제 그에 대한 두려움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한 번은 뭔가
확실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저께는 그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참을 수
업서 그에게 매몰차게 대했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도 어느 정도 가라앉아 있었다. 민
과장의 차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계속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자동차는
몇시간을 달려 대구로 접어들었다. 다시 민 과장의 차는 대구 교외로 빠져나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산속으로 한참 달려가자 관광지가 나타났다. 민 과장의 차는 어느
호텔 앞에 멈추었다. 민 과장은 승용차에서 내려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경아는
자동차에 앉아서 그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달아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잠시후 민
과장이 다가와 말했다. "경아, 내려. 여기 방을 얻어놨어. 이제 우리 여기에서 지내는
거야. 경아와 나 단 두 사람만이...." 아아, 도대체 이 남자는 뭘 어쩌자는 것일까.
여기서 무얼 하자는 것일까. 나는 돌아가야 해. 아니야, 여기까지 따라온 이상 그럴
필요는 없어. 경아는 언뜻 자동차의 전자시계를 보았다. 11시 30분. 조금 있으면
자정이 가까워 올 시간이다. 돌아가기엔 너무 늦은 시각이었다. 경아는 현기증을
느끼며 자동차에서 내려 민 과장을 따라 호텔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는 5층에
멈춰섰다. 민 과장은 살며시 경아의 어깨를 부축해주었다. 경아는 그의 팔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호텔 객실로 들어서자 민 과장은 경아를 침대에 앉혔다. "경아,
내 말 잘 들어. 나 경아와 함께 여기서 지내겠어. 경아가 거절하지 않는다면 내가
가지고 온 돈이 바닥이 날때까지 열흘이고 한달이고 여기서 지내고 싶어. 경아가
싫다면 굳이 여기 있지 않아도 돼. 나는 지금부터 경아와 대화를 하고 사랑을 나누고
싶어. 경아가 나에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잘 알어. 이해해. 하지만 나는
생각했어. 경아는 나에게 마지막 희망이야. 경아마저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없어.
나는 모든 걸 다 잃은 사람이야. 나는 지금 여기서 죽어도 좋은 사람이야. 경아!" 민
과장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경아, 우리 여기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말자. 식사도
여기서 하고, 잠도 여기서 자고...... 한시도 떨어져 있지 말자. 나는 오직 경아만
바라보며 여기서 지내고 싶어. 진한 사랑을 나누고싶어. 나에겐 여기가 천국이야.
경아는 나를 구원해주는 천사이고......그날 나는 생각했어. 이제 나에게 경아는
떼어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아아, 이 남자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도대체 뭘 하자는 걸까? 여기서 진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그렇다면 섹스에의
탐닉만을 하겠다는 건가? 나는 왜 여기까지 따라온 거지? 그런 생각의 갈피에서도
경아는 그가 무섭다거나 두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불과
이틀전만 하여도 그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그를 만나자 그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는 눈녹듯이 스르르 사라지고 있었다. 이것이었을까. 한 남자와
몸을 섞는다는 것은 이렇게 사람의 감정를 다르게 하는 것일까. "경아, 마음 편하게
가져. 나 저쪽 쇼파에서 잠잘 거야. 경아가 원하지 않은다면 경아의 옆에 가지도
않을게. 침대에 누워서 자. 정말이야. 내 말 믿어줘. 나는 다시 시작하고 싶어.
경아의 몸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경아의 마음을 사고싶어. 경아의 따뜻한 마음을 받고
싶어. 경아.....나를 생각해줘. 오늘 밤 하루만이라도. 그러고 나서 내일 아침에 우리
생각해.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마. 여기 침대에서 자. 나는 저쪽 쇼파에서 잘테니까.
그리고 정말이지 생각해줘, 나에 대해서. 그러면 돼. 그뿐이야." 그리고 민과장은
쇼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경아는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민 과장의
눈빛으로 보아 그날처럼 강제로 나를 겁탈할 것 같지는 않아. 어쩌면 그의 말은
진심인지도 몰라. 그런데 내 마음이 왜 이렇게 허물이지는 거지. 내가 이렇게 쉽게
그를 따라오다니....... 아아,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여기에 와 있어. 나는! 경아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얼마나
잠을 잤을까. 경아는 어렴풋이 날이 밝아오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 그랬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어둠이 가시고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상쾌한
아침이었다. 회사에 대한 생각, 가족들에 대한 염려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하늘나라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었다. 민 과장은 쇼파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경아는 베개를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평화롭게 잠을 자는 모습이 경아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경아는 베개를 그의 머리 아래로 넣어주었다. 그는 여전히 세상
모르고 잠자고 있었다. 경아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말끔히 씻어내렸다. 며칠만에 하는 샤워인지 몰랐다. 오랜만에 샤워를 하면서 경아는
생각했다. 이젠 내 몸이 나의 것이 아닌지도 몰라. 어쩌면 이제부터 한 남자를 위해
내 몸은 가꾸어질런지도 몰라. 그 남자를 위해. 경아는 거울 속의 알몸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름다운 몸매였다. 경아는 타월로 물기를 닦고 욕실을 나왔다.
그는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다. 경아는 창가로 다가가서 창문을 조금 열었다. 창문을
열자 상쾌한 공기와 함께 새소리가 들려왔다. 맑고 신선한 아침이었다. 경아는 창밖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때 그가 다가와 경아의 어깨를 살며시 안았다. 경아는
꿈틀거렸으나 곧 가만히 있었다. 싫지 않았다. "잘 잤어?" "네, 불편하셨죠?" 경아는
자신의 입에서 이렇게 다정한 말이 나올줄은 몰랐다. 경아는 자신의 말에 스스로도
놀랐다. "시장하지 않어? 어제 저녁도 못했잖아" "네 배 고파요" "그래, 조그만
기다려. 내 얼른 씻고 같이 식사해" 경아는 돌아서며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경아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아아, 왜 이 남자가 이렇게 편안하게
여겨지는 것일까.

제21화: 7일간의 섹스·③

남자는 샤워를 하고 나와 경아와 함께 객실에서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하면서 남자는
경아에게 많은 신경을 써주었다. "경아! 경아가 맛있게 식사를 하는 걸 보니 보기
좋아." "과장님도 많이 드세요" "그래, 그래." 식사를 다하고 나서 남자는 말했다.
"걱정 안돼? 회사나 가족들에게...." "괜찮아요. 집에는 전화를 하죠 뭐" 경아는
하룻밤 사이에 많이 변해 있었다. 그래, 이제 나는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가봐. 이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하지가 않아. 이상한 일이야. 그리고 나는 왜 이러지. 이
남자는 결혼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고, 나는 아직 아무런 경험도 없는데..... 우리
사이는 사회적으로 큰 지탄의 대상이 될 텐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진정
사랑하게 된다면 그런 형식적인 장애물들이 무슨 문제야...... 경아는 식사를 한 뒤에
집에 전화를 했다. 전화는 동생 경희가 받았다. "언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미안해 경희야. 아무런 말도 묻지 말아줘. 며칠 후에 돌아갈게. 돌아가서 이야기
할게. 응?" "언니, 회사는 어떻게 하고? 엄마한테는 뭐라고 말해?" "회사는 돌아가서
생각하기로 하자. 엄마에게는 네가 알아서 적당히 좀 말해줄래? 엄마 지금 없어?"
"응. 언니 잘 있는거지?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지?" "그래, 그래. 경희야. 내 걱정
절대 하지마. 전화 끊는다아" "언니! 언니! 여보세요!....." 경희가 다급하게 경아를
불렀지만 경아는 송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미안해, 경희야. 더 이상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너는 알 수 없을 거야. 지금 내 심정을. 그렇지만 언젠가는 나를
이해해줄지도 몰라. 네 살 아래의 경희는 남자 문제에 관한한 매우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엄마나 아빠 때문이리라. 경아는 생각했다. 하지만,
경희야. 세상 사는 일은 언제나 뜻대로 되는 법은 아닌가 봐. 이렇게 가끔은
현실에서, 기존의 기치관에서 일탈하고 싶을 때도 있어. 그리고 그것은 내 자신도
모르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인지도 몰라. 미안해, 경희야. 이런 모습
보여주어서...... "무슨 생각해?" 경아가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빠져있자 남자는
경아에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경아는 남자의 목을 껴안았다. "흠,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이대로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상태로 시간도 흘러가지 않고 오래도록 오래도록 멈추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남자는 경아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남자의 얼굴에서 스킨 냄새가 전해졌다.
욕실에 있던 샘플용 화장품을 발랐나보다. "경아, 미안해.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상하게 경아와 함께 있고 싶었어. 경아와 함께 있으면 모든 게 편안해져."
"걱정되지 않으세요? 회사에서는 발칵 뒤집혔을텐데..... 어쩌면 지금쯤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사라진 것을 알텐데....." "두렵지 않아. 나는 다만 이 순간 이렇게
경아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족해. 경아!" "나쁜 사람! 미운 사람!" 경아는 남자의
가슴을 때렸다. "그래 그래. 나는 나쁜 사람이고 미운 사람이야. 뭐라고 욕해도 좋아.
하지만 날 버리지만 말아줘. 그러면 돼." "아아,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왜
이러는지......" 경아는 남자의 목을 세게 끌어당겼다. "안아주세요. 세게! 아주
세게!" 남자는 팔에 힘을 주어 경아를 꼭 껴안아주었다. "아아, 좋아요, 그렇게요.
그렇게 세게." "경아......." "지금 이 손을 놓아버리면 안돼요. 이 손을 놓아버리면
나는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요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경아, 경아" 경아는 손가락을 세워 남자의 입술을 막았다.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아무 말도...." 남자는 고개를 숙여 경아의 입술을 찾았다. 경아는 남자가 무엇을
원하는 가를 알 것 같았다. 경아는 고개를 들어 남자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남자의
입술이 경아의 입술에 닿는 순간 경아는 눈을 감았다. 남자는 마치 건드리면 터질세라
경아의 목에 두 손을 받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경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놓았다. "아아, 아아!" 경아는 생각했다. 남자의 입술이 닿은 순간 형용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꼈다. 세상 잡사가 모두 잊혀졌다. 회사도, 엄마도, 경희도
그리고..... 아빠도. 지금 밖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간다 해도 상관없어. 아득하게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아득하게 내가 땅 속으로 가라앉는 것만 같아. 이런 것일까.
키쓰란 이런 것일까. 하지만 경아는 부르르 눈을 떨었다. 가슴도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황홀했다. 아니 아니, 황홀한 것이 아니라...... 그래 그래 아득했어.
나는 지금 그렇게 밖에 표현할 길이 없어. 그냥 아득한 느낌 그것이야. 경아는 남자의
입술을 받으면서 남자의 목을 껴안았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남자가
키스를 원하고 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줘야 하는 것일까. 남자의 입에서 담배 냄새와
함께 스킨 향기가 싸아하게 전해졌다. 남자의 턱에서 까칠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하룻밤 사이에 남자의 턱에는 까칠한 수염이 자라 있었다. 어쩌면 어제 아침에도
수염을 깎지 않고 출근했는지도 몰라. 그래. 그랬을거야. 그렇게도 깔끔하게 하고
다니던 그였지만 언젠가부터 그의 모습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적당히 구겨진 옷을
입고 출근하기도 하고, 머리는 조금씩 헝클어지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그의 꼍을
떠나고 부터였을 거야. 아아, 이 남자의 수염을 내가 직접 깎아주고 싶어. 남자의
수염을 깎아주고 싶어했었는데 그게 이 남자가 될 줄이야. 남자의 까칠한 수염이
느껴져 잠시 멈칫거렸지만 경아는 곧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경험해본
남자의 감촉이었다. 경아는 다시 말했다. "아아.... 안아주세요." 남자는 경아를
들어안아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경아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남자는 곧
걸음을 멈추었다. 경아는 남자의 목을 안은채 가만히 있었다. 남자가 살며시 경아를
내려놓았다. 침대 위였다. 경아는 얼굴을 찡그렸다. 창문으로 스며든 햇볕이 경아의
얼굴을 지켜보고 있었다. 경아는 부끄러웠다.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경아는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한 손으로 창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아, 가려줘요.
보이지 않게." 남자는 경아의 말에 일어나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스르륵. 스르륵.
커텐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커텐이 닫히자 방 안은 어두워졌다.남자는 다시
경아에게 다가왔다. 경아는 팔을 오므려 자신의 가슴을 안았다. 남자는 경아의 팔을
옆으로 내리고 있었다. 경아는 남자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경아의 팔이 침대로
떨어지자 남자는 경아 위에 몸을 실었다. 묵직한 몸무게가 느껴졌다. 경아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경아!" "하아!" 경아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무거운 몸이었지만 싫지
않았다. 경아는 남자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하아..... 무 무서워요!" 경아의
무서움을 덜어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남자는 입으로 경아의 입을 막았다. "으흡!"
조금전에 받아들였던 남자의 입술이었지만 왠지 조금전과 느낌이 달랐다. 뜨거운
입김이 전해졌다. 남자의 코에서 뿜어져 나오는 숨소리고 뜨거운 것 같았다. 경아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남자의 입을 벌려 경아의 입술을 부드럽게 빨고 있었다. 경아의
입술이 촉촉히 젖어들고 있었다. 싫지 않은 남자의 냄새가 경아의 입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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